내가 서품을 받은지 얼마 안되어 조카는 내가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나의 허점을 찔렀다.
『아저씨, 산타클로스가 있습니까』
8살 먹은 소년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어조로 조카는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신학교를 갓 나온터라 해박하고 새로운 신학지식을 갖고 있는 나의 첫번째 반응은 우선 조카에게 아무 애기도 할 수 없었으며 잠시후에야 비로소 산타클로스가 상징하는 모든 것은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를 실천하게 되는 것임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조카의 실망한 듯한 눈초리를 보았을 때 내 얘기는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조카는 정말로 산타클로스가 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으며 자신의 믿음을 나에게 확신시켜주려고 하고 있었다.
『무엇을 물어보려고 그러니?』
나는 약간 움츠리면서 말했다.
조카는 자기에게 산타클로스에 관해 얘기해주었던 가족 친척들은 모두 잘아는 듯이 동화라고 말했다고 응답했다.
그들의 증언내용의 부담은 조카의 믿음을 속박하는 것이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나는 상당히 관심을 갖고 다시 물어보았다.
『산타클로스가 있음면 좋을텐데…』
그는 마치 위대한 진리에 바탕을 둔 것처럼 줄얼거렸다.
『그렇지 않다면 클리스마스때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를텐데』
『확실히 네 가족들은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거야』『다만 내가 그들에게 말할 경우에만』하고 조카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것이 잘못됐니?』나는 완곡하게 몰어보았다.
『신부님은 우리 식구들에게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어요』조카는 대답했다.
그 순간 나는 왜 조카가 산타클로스를 믿고 있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도 역시 산타클로스를 믿기 시작했다.
우리들 각자의 감추어진 마음속에서 우리들은 어느 누군가 알아주기 원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기뻐하기를 열렬히 갈망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들에게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그것을 발견하기를 그들 자신의 힘으로 이해하기를 그리고 우리들에게 알려주기를 원한다.그래서 그들은 정확히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선물들을 갖고 우리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
내 친구 중에 직면했지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늘 성경 예언서편을 읽으면서 마을의 양식을 채워나갔다.
어느해 그녀의 생일날, 중동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가 이사야 탄생지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가지고 온 조그마하고도 꾸밈이 없는 바위를 그녀에게 주었다.
그 친구는『나는 왜 이것을 주는지 확실히 모르겠다만, 그러나 매번 이 바위를 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당신에게 이 바위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의 친구는 그녀를 잘알고 있었던 다른 친구에게 발견됐던 것이다.
물론 하느님은 우리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통해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들과 대화한다. 그리고 이들은 가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우리와 접촉하며, 매우 민감하게 우리와 접촉하기도 한다.
그래서 하느님이 그들을 재촉할 때 그들은 무엇을 해야하며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안다.
많은 사제들이 그렇듯이 나도 우리 본당의 한가족과 매우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방문한 어느날 저녁 그 남편은 자기의 아내와 15년전 결혼했을 때 결코 뚜껑을 열지 않았던 한병의 스카치(술)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 이 병을 열기를 원했다.
병을 열었을 때 그는 또바로 나를 응시하더니「우리의 가족」이라 씌어진 한개의 빵을 만들었다.
그는 내가 개인적으로 느껴왔던 것을 글로써 표현한 것이다. 그는 나를 매우 잘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산타클로스에 관해 조카와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매년 우리 모두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할 때 우리들은 말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것을 정말로 잘알고 있는 어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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