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괴롭고 힘든 일이 있을 때,『내가 견디어낼 수 있는 만큼만 주어졌겠지』하며 슬퍼하는 대신 미소를 지을 수만 있다면 고통이나 갈등을 견디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얼마인가를 자로 잴 수도 없는 것이기에, 자신이 겪고있는 고통은 항상 무겁고 참기가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는지…
간혹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짐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갖고있는 경우를 본다. 자신의 짐을 당연시하고 마땅히 자신이 받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칫 이런 생각은 자신을 억누르는 또 다른 짐이 되기 쉽다. 고통을 견딜 수 없을 때, 힘들다고 소리칠 수도 있고, 슬그머니 그 짐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부과된 기대와 스스로가 만든 짐에 의해 힘들어하고 숨막혀하면서도, 그게 대한 강한집착과 책임감으로 더욱 고통을 받는다.
ㅎ은 공부할 때 집중이 안된다고 했다. 공부하는 도중에 마흡했거나 꺼림칙한 일들이 떠오르면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들이 뒤죽박죽 얽혀드나는 것이다. 눌러버리려 해도 더욱 튀어 오르는 언짢은았던 일들은 주로 친구들이나 동생들과 걸려있었다.
ㅎ 은 맏딸이다. 가게를 운영하신는 부모님과 외할머니, 중2 남동생과 중1 여동생이 있다. 집안일은 할머니가 맡아하신다. ㅎ은 여느 여고생처럼 발랄해 보였다. 그러나 사실은 가족에 대한 강한 책임감이 ㅎ을 불안하게하고 편치않게한 것이엇다. 이러한 책임감은 동생들과의 관계에서 첨예하게 나타났다. 자신이 바라는대로 동생들이 따라주기를 요구했고, 동생들이 아직 어리니까 자신이 보살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ㅎ-『남동생이 성격이 너무 소심해요.그애가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상-『동생도 원하니』
ㅎ-『제가 보기에 동생에게 필요할 것 같아요』
ㅎ은 두 동생이 그들끼리만 친하게 지낸느 것도 못마땅하다.
바쁘면서도 신경을 써주는데 귀찮다고 거부하면 화가 나고 서럽기까지하다. 부모님은 동생들을 바로 잡으라고 하고 동생들은 점점 보살핌의 말에도 기분 나빠하고 짜증을 내고…
ㅎ은, 자신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작은 어머니」였다. 바쁜 어머니 대신 동생들을 돌보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나로서, 언니로서가 아닌 어머니로서 이것저것 간섭하게 되었다. ㅎ은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두 동생에게는 잔소리만 하는 어머니가 더 생긴 것이다. 완전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이 못마땅한 것은 당연하다.
상담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기를 발견 수정케하는 역할이다 거울을 통하여 ㅎ은 동생에게 보여준 자신의 모습이 어머니역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신은 어머니가 아니라 누나며, 언니라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ㅎ은 스스로 젋어졌던「책임감」이라는 덫에서 조금씩 자유로와질 수 있게 되었다. ㅎ은 자신이 짊어질 수 있는 무게만큼만 지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대개의 부모들이 첫째에게 많은 기대를 건다. 때로는 부모의 역할마저 떠맏기고 어른스럽다고 대견스러워 하기도 하는데 나이에 따라 그에 적합한 대우를 해주고 적당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부딪치는 얼굴들마다 있어주기를 바라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다면, 사랑할줄 알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건강한 인격체의 만남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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