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무장한 한국인들이 성벽으로부터 발사하는 화포소리를 부엉골에서 조차 들을 수 있었다. 화창한 어느 날 저녁 일본군들은 적의 진영과의 사이에 가로놓인 작은 강을 도하하는데 성공했고 곳곳에 불을 질러버렸다. 놀란 한국인들은 도망쳐버렸다.
아직도 불타고 있던 큰집을 제외하고는 그 다음날 마을 전체에 남은 것이 별로 없게 되어 버렸다. 나는 그 집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 15일 후에 그 커다란 집의 잔해 및 토지에 대한 구입가격은 1백 88달러로 결정 되었고, 피정 때 서울로부터 그 돈을 가져오기 위해 며칠을 더 기다렸다. 돌아오는 길에 20여개 지역에서 의병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강도들과는 거리가 먼 착한 사람들이었다.
부엉골에 도착하기 전 8km지점에서 혼이 났다. 불과 2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한 의병이 화승총을 겨누며 산지에 불을 붙였다. 회개송(회개기도=마지막 죽을 때 드리는 기도)을 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선(善)만을 행하는 선교사라는 것을 군인은 곧 알아차렸고 무사히 끝나버렸다.
그 행복한 시절에 있어서 소유권의 이전은 매우 간단했다. 두 명의 증인들이 서명한 후 구매계약은 간단히 끝났고 몇 잔의 술을 나누었다. 주신(酒神)(Bacchas)이 모든 것을 즐거이 맺어주었다. 오늘날은 서명에 대한 또 다른 서명, 공증에 대한 비용 등등 숱하게 번잡한 절차들이 필요하지만 그 당시보다 20배나 더한 다툼만이 있을 뿐이다.
계약이 체결되고 돈이 교환된 후 나는 말을 타고 새집을 돌아보러 떠났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중개인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몇 개의 부속 건물들에 불과했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왜냐하면 불타버리고 난 후에도 본채의 주춧돌-그 훌륭한 주춧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자기집이 불타 없어진 부어골 근처에 사는 한 기존교인이 운이 좋게도 와서 수위가 되었다. 그가 바로 장호원의 첫 번째 그리스도인이었다.
마침내 제시간에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하루 종일 하느님 사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었다. 민씨 일가가 이 나라의 왕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 집의 파괴로 말미암아 낙담하고 있으며 여러 사건들로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나를 극진히 맞이해주었다.
그곳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무성한 작은 숲 하나를 지체없이 사들였다. 교회를 짓기 위함이었다. 나무들이 절단되고 다듬어져서 물이 넘치는 시기에 강물을 이용해 그 장소까지 운반될 때까지 나는 나의 「부엉이 골」로 되돌아가 지냈다. 나에게 아주 소중하게 기억되는 9월 17일 나는 마침내 「소굴」을 떠나게 되었다. 독자들이여 믿을 수 있을런지? 그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돌아 마침내 그 초라한 누옥들을 볼 수 없는 지점에 이르자 가슴이 북받쳐 오르고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사람들은 하찮은 일에 얼마나 집착들 하는지!
내가 떠나고 나면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와해되어버릴 것이라고 나는 예감했지만 하느님 사업의 영광을 온전히 드러내는 신학교의 재건 쪽으로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무엇보다도 미래의 교회를 위해 겸손하게 내가 기다리고 있던 사제관의 건설을 시작하기 위해 목수들이 장호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부엉골의 움박집 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따라온 오귀스뗑 신부는 아름답게 제단된 주춧돌이 전혀 손상되지 않은 옛 접견실의 부지위에 나의 집을 짓기를 주장했다. 결국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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