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준 평화를 실천하고 키워나갈 사명을 지니고 있다.
이 평화에의 사명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에서 나온 실천적 명제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와 실천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증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교회는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왔고, 평화를 실천하기위해 노력을 아끼지 아니했다. 이는 교회가 자신의 존재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며 이땅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심고 실천해야할 책임을 지고있다.
한국 그리스도인이 짊어진 이 책임은 자신의 신앙과 민족의 과제에 대한 동시적 고찰을 통해 거듭 확인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민족 내부의 대립과 갈등을 끝장내고 민족의 진정한 화해와 재일치를 이룩하는데에서도 자신의 현실적 실천과제를 찾아야한다. 이 때문에 한국천주교는 통일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립하고자 노력해왔다.
최근에 이르러 우리사회의 각 계층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재일치를 위해 적지않은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계에서도 지난한해동안 통일에대한자신의 염원과 각오를 드러냈고, 각종 선언이나 성명서, 서한 등을 통해 구체적 실천방안을 밝히기도 했다.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분단현실을 극복해보고자하는 종교신앙인의 적극적 자세를 나타내는것이며 민족의 고뇌의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민족의 구원을 성취해보려는 긍정적 마음가짐으로평가할수 있다.
지난 한해동안 국내의 천주교에서도 민족의 화해와 재일치를 위해 자신이 취해야 할바를 계속해서 모색해 왔다. 북한선교위원회와 통일사목연구소를 비롯한 교회안의 몇몇 기관과 단체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하려 한것은 남북접촉의 강화라는 시류에 편승하고자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민족복음화에 대한 자신의 열망과 분단된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을 위해 봉사하려는 자신의 결의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이와같은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이 노력의 강화를 위해 민족의 재일치를 지향하는 기본입장의 정립과함께 그 구체적 실천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는 남북 민족의 재일치를 추진하기 위해서 먼저 자신을겸허하게 반성하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 우리교회가 지난날 민족의 분단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했고, 분단체제의 극복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전개하지 않음으로써 민족의 고통을 외면해왔음을 우리는 먼저 반성해야 한다. 냉전시대의 부끄러운 유산인 메커니즘에 젖어 민족의 평화보다는 증오를 키우며 분단체제에 안주해왔음을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남북민족의 재일치와 통일을 위해서 진정한 화해의 입장을 취해야한다. 한국전쟁 동안의 극한 상황에서 체험했던 불행한 경험과 피해의식을 청산하여 북의 형제들과 사랑과 평화를 나누려는 자세를 우리는 가져야 한다. 쓰라린 과거에 살지 아니하고 행복한 미래의 민족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우리는 화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아니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복음적 입장에서 민족의 화해와 재일치를 추구해야 한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 및 그진정한 행복을 선포하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북한에서도 육화되기를 기원하고, 그것을 도우려는 현제적 자세를 우리는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에 이어서 우리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민족의 통일문제를 논의해야한다. 국가 민족이나 어떠한 사회체제도 인간의 자유와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있는것이므로 인간의 본성을 존중하고 인간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려는 입장에서 통일문제가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비롯한 인간 기본권의 신장을 통해 남북한 민족이 겪고있는 고통을 치유하려는 입장에서 우리는 민족의 재일치를 논의해야 한다. 평화의 실천과 인권의 신장이 통일의 방법임과 동시에 그목적임을 확인하며 교회에서는 통일문제를 생각해야한다.
이러한 기본입장에 서서 우리는 민족의 평화와 재일치를 다질수있는 몇몇 실천방안들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우선 우리는 북한동포를 위한 미사의 고유문이나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내용들을 재검토할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문안들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거기에 냉전시대의 논리나 시각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마땅히 다시 손질되어야한다. 또한 우리교회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재일치를 위한 구체적 교육을 각급 주일학교와 예비자교육 및 신도재교육과정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위해 교회에서는 각종 교리서의 편찬에 있어서 민족화해의 의지와 민족복음화의 영원을 밝히는 내용들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교회에서 운영하는 각급학교에서 체계적인 평화교육을 수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한편 우리교회에서는 민족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려는 자세에서 국내의 타종교와 공동의 보조를 취하고 상호간의 협력을 강화해 일치에 관한 문제는 타종교와 협조하여 실천해갈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교회는 민족의 화해에 관한 교회의 공식적 입장을 정리해서 신도들에게 제시해주어야한다. 이 공식적 입장에 근거하여 민족재일치를 위한 교회내의 교육이 진행될 수 있으며, 북한교회와의 협조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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