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당신의 구원사업을 계승할 교회를 세우시고 사도들에게 교회를 다스릴 권한을 주셨다.
그 중에 베드로사도에게는 사도들 중 으뜸의 자리 곧 수위권(首位權)을 주셨는데 교황은 바로 베드로사도의 후계자이며 전 세계 모든 주교단의 단장이다.
교황은 세계주교단의 단장이 되지만 각 지역 주교들의 고유한 사목권을 배제하거나 축소하거나 대행하지는 않는다.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은 자기에게 위임된 지역교회의 완전한 사목자가 되며 로마교황과 더불어 한 주교단을 이룬다. 베드로가 사도단의 단장이었던 것처럼 교황도 주교단의 단장이며 따라서 교황 없는 주교단이 있을 수 없듯이 주교단 없는 교황 따로 독립되어서 존재 할 수도 없다. 교황은 세계 각 지역주교들과 더불어 한 주교단의 일원이며 각기 주교들은 주교에 서품됨으로써 하느님으로부터 그 권한을 받는다. 즉 교황은 전 세계에 대하여 권한을 가지지만 주교는 그 지역의 장으로 다스리고 가르치고 성화하는 권(權)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교황이 가르치는 권(權)에 있어 그르침이 없다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신앙이다. 즉 신앙과 도덕에 관해서 교황이 교황의 자격으로서 선언할 때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오류를 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황의 이 특권을 무류지권(無謬之權)이라 한다. 또한 교황은 통치권에 있어서도 다른 지역주교보다 특권을 누린다. 비록 사도들의 후계자로서의 임무는 같다 하더라도 교황은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수위권의 특권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모든 주교나 신자들에게 까지 직접 그 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권한을 가진 교황은 선출에 의해서 권좌에 앉게 되고 종신토록 교회의 으뜸으로 계시게 된다.
교황주일이란 무엇인가. 이상 말한바와 같이 교황은 교회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모든 것을 위해 모든 것이 되는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황의 직무는 막중하고 그 어려움은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교황의 직무수행에 하느님의 은총이 내리도록 기도해야함은 세계 모든 신자들의 의무이기도하다. 한국교회에서는 1930년경부터 사도 베드로ㆍ바오로 대축일(6월 29일)다음 주일을 교황주일로 정했다. 이날 미사에는 교황을 위해 특히 기도하고 강론하며 특별헌금도 바치게 된다.
필자는 다행히 유학시절에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여러분의 교황을 알현할 영광을 가졌었다. 인자하시고 부드러운, 그러나 지성미 넘치며 학자풍인 삐오12세와 가장 서민적인 요한23세 바오로 6세 요한 바오로 1세와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이다. 삐오 12세와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는「로마」에서 아직 유학하고 있을 때 뵈었고, 요한 바오로 1세는 그가 신부였을 때부터 잘 알았다.
이태리 북부「빗또리오 베네또」 교구에서 본당신부로 있을 때부터 그 교구 보좌주교, 교구장 주교로 승격할 때까지 가끔 만났었다. 성격이 온화하고 지극히 겸손하셨다. 우리 서대주교님도 공의회 때 같이 찾아 뵌 일이 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정력적이고 지성적이며 활동가이시다. 세계를 두루 다니시며 세계의 고민을 해결하시고자 애쓰신다.
실로 사목자로서 뛰어나신 분이다. 보통의 경우 중세 이후 몇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이태리 분이 교황에 선출되있으나 근래에 동구라파 분이, 그것도 공산치하에 고생하는 폴란드 분이 교황으로 선출되었다는 것은 이 시대의 징표가 아닌가 싶다. 즉 하느님을 배척하는 유물론과 물질문명의 노예가 된 이 시대에 하느님의 뜻이 현 교황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독자들을 위해 하나 더 말씀드린다면 세계의 고민을 한 몸에 젊어진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신 교황이 하루의생활이란 분주하기 한량이 없다는 것이다
아침 5시 30분에 기상, 6시에 서재에서 기도(성무일도) 하시고 6시 30분 개인성당에 드시어 묵상하신다. 7시에 미사봉헌하시고 다시 잠깐 묵상 하사다가 8시에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시고 집무실에 드시어 밤중에 일어났던 세계의 중요 뉴스를 들으시고, 9시부터 알현을 받기 시작하신다.
처음이 만나는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추기경들이고 이분들은 전 세계의 교회일로 교황과 상의하려고 알현을 청하신다.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알현을 청하신다.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알현을 청하는 주교ㆍ외교관, 개인자격의 신자ㆍ비신자 할 것 없이 하루에 적어도 3백에서 5백 명까지 사람을 만나신다. 특히 수요일은 단체알현의 날이고, 알현자수는 몇 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한 후 1시가 넘어야 점심을 드시게 되고 오후에는 잠깐 휴식을 하시고 오전의 중요사항을 다시 검토하시게 된다. 그 업무 중에도 성당에 들어가시는 것은 잊지 않으시고 성무일도를 염하신다. 이렇게 계속하시다가 저녁을 8시나 되어야 드시게 된다. 보통 저녁 9시부터가「이제야 내 시간이다」하는 혼자계시는 시간이다. 혼자계시는 시간에는 여러 곳에서 하실 강론 초안, 주요 안건의 재검토 등으로 자정이 넘어서야 침실에 들게 된다. 다시 기도하시고 침대에 드시는데 바로 요한바오로 1세가 별세하신 그 침대이다. 모르긴 하지만 세상 어떤 나라의 대통령이나 수상도 이만큼의 격무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종들의 종인 겸손한 태도로 살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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