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하나라고 했고 하나는 큰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하나보다 큰 것은 없습니다. 크기 때문에 하나인 것입니다. 그 하나는 그러기에 위대한 것이며 위대한 하나는 사랑밖에 없습니다. 사랑이란 정말 위대한 일치입니다. 사랑은 만남입니다. 만나지 아니하는 사랑은 없습니다. 만남은 하나가 되는 둘의 희열입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와 더불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부부의 만남이 그렇고 모자의 만남이 그렇고 동포간의 만남이 그러합니다. 만물은 만남에서 생겨나고 헤어짐에서 소멸하는 것이랍니다. 만남은 사람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만나려 하고 만났기 때문에 사랑하고만 것입니다. 불가(彿家)에서는 인연을 대단히 중시합니다.
길가는 나그네가 서로 옷깃만 스쳐 지나가도 전생에 큰 인연이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만나는 것은 비록 그 만남이 우연적인 것일지라도 사랑이 나타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랍니다. 필연이라든가 우연이라든가 하는 것을 가지고 따지는 것은 좀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만나거나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 어머님이 미인이거나 아니거나 내가 그 아들이란 것이 중요하며 그래서 모자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감사할 만한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가난뱅이 나라거나 부자 나라거나 또는 선진국이거나 후진국이거나 가릴 것 없습니다. 내가 태어난 나의조국 그것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나와 만나는 모든 것은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설령 그것이 마음속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심지어는 꿈속에서 만났던 것조차도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만남은 하나가 되는 것이요 사랑은 만남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하나라고 하는 말은 하나가 전부라는 말과도 같은 것입니다. 크다고 할 때 크다는 뜻 속에 이미 부분이 아닌 전부일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말이지마는 때때로 사랑의 대상이 부분적인 또는 국부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랑은 적어도 그 대상이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결코 부분적인 국부적인 것에 한정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빠스칼은 이런 점에 대하여 일찍부터 깨닫고 있었습니다.「빵세」에서 빠스칼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사랑은 절대로 국부적일 수 없고 국부적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고.
이도령이 춘향의 미모만을 사랑했다면 그 사랑은 그리 탐탁한 사랑이 아닙니다. 만약에 그 미모가 없어진다면 사랑도 식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미모가 없어도 사람은 있는 법인데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미모를 사랑한다니 될 법이나 한 말입니까? 그 미모란 것을 한 번 따져봅시다. 수려한 이목구비는 분명히 사랑의 표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숙한 여인의 윤기 있는 머리칼은 분명히 매력을 지닙니다.
비길 데 없는 여인의 아름다운 몸맵씨 같은 것도 있습니다. 미적 감상의 대상 이상의 사랑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만약 거기에 숨결이 없다면, 행동이 없다면, 넘치는 애교가 없다면, 인정이 없다면, 교향이 없다면 품위가 없다면, 사랑이 없다면 어찌 진정한 인간적 사랑의 대상으로 상정하겠습니까? 미모 때문에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공허한 소리입니다. 미모는 눈의 만족은줄런지 모르지만 마음의 만족은 주지 못합니다. 눈은 마음을 움직이는 한 가지 요인이 될지언정 인간 전체를 움직이는 마음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마음은 인간 전체를 움직이며 눈은 육신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입니다. 미모 때문에 사랑한다 함은 사람의 수명이 미모와 함께 할 것을 전제하고 하는 말입니다.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라서 젊은 시절의 그 아름다운 미모가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세월이 가면 늙어지고 늙어지면서 아름다운 미모도 추하게 되는 법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은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아름다움도 결코 영속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사랑은 밖에서 안으로 침투합니다. 외모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마음의 내부의 아름다움에로 사랑이 옮아가지 않고서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훌륭한 기억력 때문에 사랑한다 함은 기억력을 사랑하는 것이니까 기억력이 쇠미해짐과 동시에 사랑은 식어질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말입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얼굴에 주름이 잡혀 보기 흉하게 되고 몸맵씨가 이즈러져 중심을 잡지 못해도 기억력이 감퇴하여 이야기의 줄이 맞지 아니해도 나의 남편, 나의 아내,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어찌 사랑하지 아니할 수 있읍니까? 사랑은 전인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인간 전체인 것입니다. 눈도 코도 귀도 입도 아닙니다. 그 전부입니다. 얼굴도 가슴도 다리도 허리도 아닙니다. 그 전부입니다. 마음과 몸 전부인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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