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직후 오갈 데 없는 불우아동 결핵환자들을 돌보다는 것으로 새롭게 제2의 삶을 시작한 김은자(마리아ㆍ63) 원장은 오늘도 무등산 밑 소화자매원(광주시 서구 봉선동51)에서 1백여 명의 무의탁 결핵환자ㆍ정신질환자ㆍ지체장애자들을 돋보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엄격한 유교집안으로 시집을 갔으나 하느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늘 박해를 받아왔던 김 원장은 결국 시집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됐고 개신교에서 운영하는「동광원」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며 봉사자로 활동하게 됐다.『하느님을 배반한 죄인을 다시 이렇게 불러주시다니…』감사의 눈물을 흘린 김 원장은 앞으로의 인생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일반을 하리라고 다짐했다.
6ㆍ25직후라 먹을 것, 입을 것이 제대로 없었던 시절, 김 원장은 집집마다 구걸하며, 또 기독교병원 환자들이 먹다 버린 밥을 얻어다 팔팔 끓여 아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전염 된다고 병원에서 버린 음식이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건강하게 자랐다. 보이지 않는 수모 멸시도 주님께서 받은 모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엄마가 밥 가져왔다』고 천진스럽게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피곤함도 싹 가셨다.
음식 때문에 기독교병원을 드나들면서 갈 곳 없어 방황하는 결핵환자들이 눈에 띄었다. 『주님, 당신은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저 형제자매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기도하며 용기를 얻은 김 원장은 움막집을 짓고 오갈 데 없는 결핵환자 4명을 데려다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핵환자들」이라는 이유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 무등산 밑으로 이전, 다시 움막집을 짓고 새 삶을 시작했지만 무허가를 이유로 철거명령이 내려져 여러 번 옮겼다.
병원에서 희망이 없다고 포기한 환자가 이곳에 들어와 조용하고 맑은 공기 덕분에 병이 낫기도 했다. 기독교병원 의사와 간호원이 가끔 이곳 「무등원」에 나와 환자들을 돌봐주었으며 세계 기독교병원봉사회에서 구호물자가 나와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환자수가 2백 5명까지 불었으나 싸우는 일이 없었다. 그야말로 「무등산 천국」을 이뤘다.
개신교 신자이면서도 가톨릭 서적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김 원장은 73년 가톨릭으로 개종, 영세했다.
또 이즈음 광주 가톨릭대학 신학생들이 계속 이곳을 방문, 5년간 교리지도를 하면서 환자들의 대부모를 광주시내 부자신자들을 세워 영육 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각 단체의 방문도 조금씩 이어져갔다.
기독교병원 카린론 원장의 지원으로 80년에 현재의 봉선동으로 옮긴 「무등원」은 「소화자매원」으로 명칭을 바꾸었으며 지난해 3월에 는 사회복지법인 인가를 받았다.
30년 이상을 결핵환자들과 동고동락해온 김 원장이지만 말없이 조용하게 살아온 그의 성품 때문인지 광주시내에서 김 원장을 아는 이들이 별로 없다. 79년 위암 수술을 받고 다시 건강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있다는 김 원장은 요즘은 『매주 가톨릭센터에 나가 성서공부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원생들과 함께 성서공부를 하고 싶다』며 이곳에 소성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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