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주고받는 원리
위에서 말한 사랑의 원리 가운데서 주는 원리, 받는 원리라고 하는 것을「주고받는 원리」로 묶어서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무엇이냐의 문제를 가지고 생각해볼 때 사랑이 무슨 화합물질 같은 것이 아니라서 무엇과 무엇이 합쳐 사랑이라고 대답할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닌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행동을 연관시켜서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고받는 사랑의 행위는 일방적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상호적인 것임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누가 무엇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돌이가 혹 갑동이가 순이를 또는 을선이를 사랑한다는 형식이 되는데 그것은 다시 분석해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는 것(또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행위가 사랑받는 대상에게 미침으로써 사랑의 개념이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은 즉 사랑은 주고받는 거래적 행위를 속성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사랑이 상호거래적이란 사실을 논리적 철학적으로 밝히고 있는 사람은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죤ㆍ듀이는 대표적인 학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듀이의 생장의 원리 가운데는 소위 의뢰성이라고 하는 것과 가소성이란 것이 있습니다. 의뢰성이라고 하는 것은 미성숙자 즉 아동이 성숙자 즉 성인에게 의뢰하고 의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의뢰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해 갈 수도 없는 것이 생물계의 현실인 것입니다. 이건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아기는 엄마에게 의지하여 그의 생명과 생장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만약에 보호자 없이 낳아서 벌판에 버려둔 아이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당초에 그런 아이가 있으리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왜 생각치 않는 것입니까? 태어나면 으레 보호받고 그래서 생장할 것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뢰성은 교육 활동에서도 그대로 합당하는 것입니다. 생도는 교사에 의지해 있으니까 말입니다. 국민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 국가에 의지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의뢰성의 예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러한 의뢰성은 결코 일방적인 의뢰성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송아지가 어미소에게 일방적으로 의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미소도 송아지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미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빨게 하는 것은 송아지가 생리적 욕구에 의해 어미 젖을 빠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리적 욕구에 의해 빨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송아지가 배가 고파 우는 것과 마찬가지고 젖이 불으면 불어나는 고통으로 송아지를 부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제는 비록 그 내용이 좀 다르지만 인간의 경우에도 갈은 설명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보다 인간적인 사례로서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교육활동을 예로 들어봅시다. 생도가 교사에 의지해 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혹은 생도와 학교 교사와 학교라고 해도 좋습니다. 어느 쪽을 예로 잡든지 간에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결코 한 쪽이 다른 쪽에 일방적으로 의지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사실입니다 생도가 교사에 의지하고 있는 것처럼 교사도 생도에 의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는 이것은 부모 자식 간의 인간관계에서도 같은 설명이 가능합니다. 만약 일방적으로만 의지해 있다면 그것은 기생충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어느 차원에서는 기생충조차도 상호 의존은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듀이의 생장의 원리는 의뢰성이 상호 의뢰성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다」하는 말은 사랑은 상호적이라든가 또는 사랑은 호혜적이라든가 또는 사랑은 거래적이라 하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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