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간 서울 혜화동 낙산 기슭의 대ㆍ소 신학교를 내 집처럼 돌보며 자라서 신부가 되어 가는 신학생들 뒷바라지를 천직으로 살아온 두 노인이 약속이나 한 듯 사흘 간격으로 차례로 별세, 소원이던 신학생들 손에 옮겨져 정든 교정을 떠났다. 지난 18일 87세로 운명한 대신학교의 양두성(토마스) 노인과 21일 82세로 운명한 소신학교의 이금룡(안또니오) 노인은 울타리도 없는 아래(소신학교) 윗집(대신학교)에 살면서 30여년간 두 학교의 궂은 일은 도맡아 해온 평생 친구 사이. 양노인은 1945년 대신학교에 잡역부로 들어온 이후 31년간 구석진 곳에서 아들 같고 손자 같은 신학생들이 불편 없이 지내도록 불도 때고 청소하는 일을 지성껏 해 오다 역시 3년 늦게 소신학교 나무꾼으로 들어와 28년을 친구로 함께 산 이노인에 앞서 세상을 떠났는데 양노인의 죽음을 슬퍼하던 이노인도 사흘 후 약속이나 한 듯 세상을 떠난 것이다.
신학생들에게「도마 할아버지」와「안당 할아버지」로 불리우며 캠퍼스를 지켜 오는 동안 두 노인이 쓰다듬어 주던 꼬마 신학생이 신부가 되고 주교가 되어 찾아 줄 때 누구보다 기뻐하던 두 노인을 위해 신학교는 학교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신자 묘지에 고이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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