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양에 있어서 가정의 기본 원리는 효도(孝道)입니다. 그런데 올바른 효도는 어떤 것이냐 하는 점을 한 번 따져 보아야 하겠습니다.
옛날의 증자(曾子) 형제는 효도의 본보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 형제가 부모에게 지극한 효자들이었다는 데는 공통이지만 효도하는 방법은 형제 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형은 연로하신 아버지를 공양하는 데 자기의 아들을 그 밥상머리에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손자에게 맛있는 음식을 다 주시고 당신은 잡숫지 아니한 까닭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우는 아버지를 공양하는데 자기의 아들을 그 밥상머리에 들여보냈습니다.
아버지가 손자에게 맛있는 음식을 다 주시는 마음의 기쁨을 누리시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후세의 사람들은 증자 형제가 효자들이지만 형은 육신의 효자였고 아우는 마음의 효자였다고 칭송합니다.
형은 공양 받는 아버지의 뜻보다 효도하는 자기 자신의 뜻에 치중한 것이고 아우는 효도가 형의 효도보다 더 고상한 효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받드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데 있어서 인간의 뜻이나 방법을 헤아리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하느님은 하느님이 원하는 대로 공경 받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듣는 것이 기도입니다. 명상 기도 없이 하느님을 바로 공경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게시된 것이 성경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인간의 말로 기록되어 있는 까닭에 하느님의 참뜻을 알아들으려면 성경 읽기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기도가 수반되어야 하는것입니다. 기도가 신앙생활의 핵심인 까닭이 바로 이것입니다.
태교(胎敎)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기를 잉태한 장래의 엄마는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뱃속에 있는 아기를 위해서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렇게 조심하는 마음의 자세가 지극히 소중한 것입니다. 젖을 물리고 있는 아기 엄마의 마음에 악한 생각을 품고 있으면 그 젖에 독이 들어 아기를 중독시킨다 합니다.
그 젖이 화학적으로 독성이 있느냐의 문제보다 악한 마음을 품고 있는 엄마의 표정과 태도 때문에 어린 아기가 받는 심리적인 영향이 지극히 크다 하겠습니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방법이 그릇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치맛바람은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요 오히려 자녀를 망치는 행위입니다. 자립정신이 없는 자녀가 장차 어떻게 살아갈 것입니까?
청소년 탈선의 핵심적인 원인은 부모의 편정과 무관심입니다. 엄마는 집안일에 분주해서 그리고 아빠는 사업에 바빠서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정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자녀를 훌륭히 키우는 것이요, 돈을 버는 일은 자녀 양육을 위한 수단인데도 불구하고 사업에만 열중하는 아빠는 자녀 교육을 등한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신년을 맞이하여 우리 각 가정이 가족 저녁기도를 실천하여 습성화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자녀를 가장 잘 키우는 일은 반성할 줄 아는 자녀로 교육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부모가 솔선해서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저녁 9시나 10시에 가족이 다 함께 모여 간단한 기도를 바치십시요. 이러한 가정에는 가정 불화가 있을 수 없고 탈선 청소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사업이나 사교를 위해 술좌석에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사업인 자녀 교육을 위해 가정 저녁기도를 바칠 시간에는 집에 돌아와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무엇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업인가 깊이 깨닫고 실천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교구장 정진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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