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현대 적응을 목표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소집됐던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75년으로 그 폐막 10년을 맞았다. 흔히들 가톨릭 교회 사상 과거 10년처럼 다양하고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던 때도 없었다고들 한다. 더욱이 인류 역사에 있어 그 어떤 사회적 정치적 제도도폭력에 의하지 않고 그토록 다방면에 걸쳐 빠른 시일 안에 변화를 이룩한 것도 찾아보기 힘든 세계의 구원이라는 교회 제일 교부들은 현대 세계의 구원이라는 교회 제일의 사명을 놓고 이에 대처해 나갈 교회의 진로를 어떻게 설정했으며 그 후 10년간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왔는가? 공의회 폐막 10년을 맞아 공의회 이후 10년 교회의 오늘과 내일을 일별해 본다.
1959년 1월 25일 교황 요한 23세는 교황으로 등극한 지 90일 만에 교회의 쇄신과 현대 적응을 위해 전 세계 모든 주교들을 소집하려 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같은 발표가 있은 지 4년 만인 1962년 10월 11일 세계 모든 주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의회 제1회기가 막을 올렸다. 공의회는 62년부터 65년까지 4회기로 나누어 매년 2개월 정도씩 전체 9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공의회 제1회기가 시작된 지 수 개월 만인 63년 6월 요한 23세가 갑자기 서거함으로써 한때 공의회 개최문제가 염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한 23세를 이어 교황좌에 오른 바오로 6세는 교황으로서의 자신의 주요 임무가 선임자의 유업을 완성시키는 일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제2차「바티깐」공의회는 2대를 걸쳐 빛을 보게 됐다. 그리하여 1965년 12월 8일 공의회 마지막 회기가 끝났을 때 교황과 주교들은 10만3천 자를 초과하는 16개의 교서를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16개의 교서는 4개의「헌장」, 9개「교령」및 3개의「선언」의 형식을 통해 공포됐다. 4개의 헌장은 교회에 관한 교의원장(루멘 젠씨움)을 비롯 전례ㆍ계시ㆍ현대 세계의 사목 등이며 9개 교령은 교회 일치ㆍ매스 미디어ㆍ동방교회ㆍ주교들의 교회 사목직ㆍ수도생활ㆍ사제 양성ㆍ평신도 사도직ㆍ선교활동ㆍ및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이며 나머지 3개 선언은 크리스찬적 교육ㆍ교회와 비크리스찬 종교ㆍ그리고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등이다.
한마디로 제2차「바티깐」공의회는 세계와 교회 내의 문제를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가톨릭 신자들은 공의회가 생산해낸 생소한 낱말들, 예를 들면 교회 일치 현대 적응 모국어 공동체 및 복음화 등을 접하게 되었으며 이를 익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공의회가 불러일으킨 쇄신의 물결은 교회 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자들과 쇄신 일변도를 부르짖는 진보주의자들 간의 격한 대립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한 논쟁과 혼란 상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공의회가 막을 내린 지 10년이 경과한 오늘날 교회는 여러모로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공의회는 교회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교황청 중앙집권적 통치 형태에서 지방교회로 권한을 대폭 이양케 했다. 각국 주교회의가 설립돼 과거 교황청에만 그 권한이 유보돼 있던 많은 부분에서 자유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으며 아직도 교황권에만 속해 있는 부분에까지도 강력한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주교들은 자기 교구 내에서 중요한 사목적 권한을 갖게 됐으며 각 교구 내에는 교구 및 본당 사목협의회와 사제평의회 그리고 다른 자문기구들이 조직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주교 시노드가 신설돼 주교들이 정기적으로「로마」에 모여 교황과 더불어 교회의 당면 주요 문제들을 토의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 구조의 변화 내지는 각국 지방교회의 지위 향상 이외 공의회는 교회의 내면생활과 타교파 및 타종교인 관계 그리고 교회의 사회 참여 등에 있어 교회의 진로를 명백히 했으며 10년 동안 많은 발전과 성장을 보여 왔다.
전례 개혁 면에서 볼 때 모든 전례의 핵심인 미사성제를 비롯 7성사 및 각 시계(時季)에 따른 전례 등 각종 주요 전례서가 10년 동안 대폭 수정 혹은 개정됐다.
거의 모든 크리스찬 교파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한 교회일치운동이 지역 단위에서부터 국제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활발히 전개됐다. 이와 곁들여 모든 종교가 절대자를 공동으로 탐구하자는 제의는 회교도와 불교 그 밖의 여러 다른 종교들과의 대화를 가능케 했다.
특히 세계의 행(幸)과 불행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의 행과 불행임을 선언한「현대 세계의 사목헌장」은 세계의 평화와 사회정의문제에 교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교회의 모든 수준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한 기구가 설립을 보았으며 수많은 성직ㆍ수도ㆍ평신도가 이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백성으로 그 지위와 위치가 재인식된 평신도는 교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토록 불림을 받음으로써 개인의 성화뿐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기도 했다.
그러면 교회의 구조에서부터 신자 개개인의 신앙생활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화를 가져 온 제2차「바티깐」공의회는 10년이지만 현재 처음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물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미해결의 과제들이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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