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12월 8일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제4회기를 끝으로 완전 폐막될 때 세계의 주교들은 한결같이『공의회는 끝났으나 공의회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10년이 경과한 오늘날은 그 같은 표현이 걸맞지 않는 것일까?
교회 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의회가 이제 막 출발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그것은 공의회의 물결이 10년 동안 어느 정도 파급되어 이를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엿보이기 시작한 데 있다.
이들은 또 교회는 과거 10년 동안 공의회가 가져온 각종 변혁과 변화를 재정비하고 아직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과제들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해결된 과제로 먼저 공의회를 소집한 교황 요한 23세의 처음 의도 즉 크리스찬 활동과 신앙공동체 및 신앙생활의 쇄신에 대한 재인식이 시급한 실정이다. 다른 이들과의 고립에서 이루어진 개인적 쇄신이 아닌「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루멘 젠시움)에 입각한 진정한 개인의 쇄신이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헌장의 제2장은 교회를「하느님의 백성」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3장에서 교회의 제구조는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는 도덕 분야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다음으로 교회의 전례와 기도생활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까지 부응하고 있는지 반성해 봐야 할 것 같다.
과거 10년 동안 개정작업이 완성된 시계(時季)별 전례는 교회의 공식 기도로서 신자들이 기도의 공동체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교회는 이 기도가 신자 공동체의 참된 기도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 같다.
교회의 선교 사명을 보다 명확히하고 신자들의 참여를 강조해야 할 필요성도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 매스콤의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고도로 발전돼 있는 오늘날, 종교적인 제(諸)가치와 교회의 사명은 매스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 보다 큰 비극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 않게 교회 내의 복수주의(複數主義)와 공동체의 이원적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이 문제는 사회 정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과 공동 연구가 긴박한 것으로 보여진다.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사회 정의 문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참여 방법도 재고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현대 세계의 사목헌장」정신에 따라 각국 교회에 설립된 정의평화위원회는 세계에 평화와 정의를 실천하는 모체로써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강조되고 있다.
교회 일치 혹은 타종교인과의 대화문제 역시 일부 국가와 교회에서만 활발히 전개되고 있을 뿐 거의가 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평신도의 사도직 수행에도 미해결의 문제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다시 말해서 신자 개개인의 영적 쇄신에서부터 전례와 기도생활, 일반 평신도들의 교회 참여와 책임, 정의와 평화, 인간 존엄성 교회 일치문제 등 어느 하나도 성공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공의회 후 10년 교회가 이처럼 많은 미해결의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은 공의회의 정신을 올바르게 소화시키지 못한 데 주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것은 곧 공의회의 정신과 모든 가르침을 담고 있는 공의회의 각종 문헌에 대한 이해와 연구 부족 그리고 매개체의 잘못 전달 등에 기인되고 있다.
교회의 지도자들 가운데는 공의회 이후의 가톨릭 신자들이 보다 프로테스탄적이 되었다고 경고하는 이도 있다. 그 이유는 신자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독립심과 자만심에 사로잡혀 자기 도취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혹은 공의회가 낳은 각종 문헌들이 신자들에게 읽혀지지 않은 반면 공의회에 대한 호기심과 감격심만이 10년이란 세월을 허송해 왔다고 신랄히 비판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의회 이후 10년 교회는 빠른 시일 안에 쇄신과 성장을 거듭하여 현대 세계 속에서의 복음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미한 실수나 잘못 혹은 미해결된 과제들이 내일의 교회 사명 완수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볼 때 공의회는 이제부터 다시 완전 공백이 아닌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에서 계속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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