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속에 성령의 역사(役事)하심을 우리는 체험한다. 1964년 상주에서 일할 때다. 대세자가 있으니 급히 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잠시 후에 떠났다. 일러준 대로 후천교 큰 다리 가기 전 작은 다리에서 왼편 골목길로 들어갔다. 마침 길에서 노는 어린 아이에게 중환자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저어기 제일 끝집에 있어요.』달려가서 병자를 찾았다. 병자의 상태를 보니 논에서 일하다 삽에 발등이 찍혀 고통은 심하나 생명의 위험은 없을 것 같았다. 대세 줄 상황이 아니기에 하느님을 믿을 것을 대강 얘기하고 원에 따라 성경과 문답책을 갖다 주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대세 주도록 연락했던 부인이 찾아와『어제 그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왜 대세를 주지 않았나요?』하면서 화를 내는 것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의 죽음이란 이다지도 예측키 어려운 것이가! 다음날 장례식 때 그 동네 앞을 지나치면서 도둑고양이 걸음으로 피해 가야만 했다.
오랜 후 우연히 그 집 앞을 지나다가 놀라 멈춰섰다. 죽었다던 그 환자가 집 앞 평상에 부었는 다리를 붕대로 싸맨 채 앉아 있지 않는가. 알고 보니 대세를 청한 분은 마당을 함께 쓰는 바로 옆집 분이었다. 연락한 부인이 그때 없어서 다른 집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여러분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미리 세우신 계획에 따라 뽑혀서 성령으로 거룩하게 된 사람들입니다』(베드로전서 1장 2절) 한 치의 순간에 선택자를 결정하심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하는 모든 일이 그분의 도구에 불과함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이 지면을 통해 그 후 세례 받으신 곽도마씨에게 특별한 은총으로 받으신 신앙의 선물을 고이 간직하여 이웃 위한 빛이 되기를 빌어드린다.
이런 예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고 이 사람을 꼭 회두시켜 보겠다고 애썼던 사람 중에 아직도 제 길을 고집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하였는데 독실한 신앙인이 된 분들도 많다.『우연히 교회를 찾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우연」이란 바로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바로「성령의 힘」임을 나는 확신한다.
역시 같은 해 노상 강도가 자주 나타나는 양촌 고개길 - . 시내에서 10여리 떨어진 외길이었다. 임종하는 이의 눈을 감겨 주고 집을 향해 자전거를 달렸다. 밤 11시 사방은 칠흙 같이 어둡다. 에스(S)자로 구부러진 길을 돌아 꼭대기에 올라 섰을 때『여보 여보시요!』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순간 당했구나 생각하며 자전거에서 천천히 내려 뒤를 돌아보며 냉정히 그리고 묵직하게『누구요』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게 웬일인가. 당당하던 상대가 갑자기 기 죽은 목소리로 변해 우물쭈물한다. 반대로 이쪽이 당당해져서 왜 불렀느냐고 추궁하자 당황해서 자기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계속 붙잡고 늘어질 수가 없었다. 같은 패거리가 잠복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앞으로 10여리 가시요』했다. 담배를 찾아 물고 주위를 침착하게 살폈으나 조용하다. 앞을 보니 떡 벌어진 어깨에 헌 군복 차림을 한 청년이 빠른 걸음으로 어두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담배가 절반쯤 타자 자전거 라이트를 켜고 비탈길을 달려 내려갔다. 앞선 청년을 찾았으나 물론 사라져 버렸고 그제서야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계속)
▲전교사들의 투고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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