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1일 서울가톨릭대신학교에서 베풀어진 고교 백일장에서 산문부문과 詩부문에 각각 장원으로 입선된 황미원양의 산문과 이귀재군의 詩로서 성소 계발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이를 게재한다 <편집자 註>
◆산문부문 영원한 종소리-황미원
아버지! 또 5월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직 완전히 닦이지 않은 저의 작은 오지그릇엔 아버지의 그 무거웠던 십자가와 가시관이 당신께서 흘리신 아름다운「피」휘감아 안은 채로 조용히 빛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어머니의 소중한「딸」로서 이미 하나의 생명이 되었을 때 아버지께서 제게 부여하신 영원한「사랑의 과제」는 무엇이었습니까?
어버지! 저는 하나의 인간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리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의미있는 것」들에서 오직 사랑이 빠진다면, 참이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면 저희가 행하고 스스로 만족한다는 것은 대체 얼마나 부질없는 일들입니까? 또한 나무를 사랑하고 꽃을 사랑하고 現世에 존재해 있는 모든 것들을 진실한 마음으로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사랑」에 오직 당신의 말씀이 깊숙히 울리고 있지 않는다면 그러한「사랑」이란 것은 얼마나 가치없고 거짓된 것일까요.
아버지! 어느 말은 이른 아침 성당에서 아스라히 밀려오는 맑은 종소리란 정말 이루 형언할 수 없으리 만큼 신성하고 고고하고 아름답게만 들립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감각적으로 느껴오는 이러한 것들은 아름답다고 느끼고 또 사랑하면서도 왜 저희에겐 이렇게 간절히 메아리쳐 울리는 우리들 마음 속의 종소리가 분명하고 깨끗한 소리로 울려오지 않는단 말입니까?
아버지!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당신의 말씀을 한없이 사랑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당신의 종소리를 항상 어느 곳에서나 듣지 못함은 아직 우리가 덜 자라고 당신의 가장 거룩한 것이 담겨있는 질그릇이 아직은 덜 닦여진 때문일 것입니다.
아버지! 당신은 떳떳한 당신의「기」를 최종의 땅에 꽂기 전까지 한 번도 당신의 길을 벗어나신 일이 없으셨습니다.
거친 십자가가 당신을 내려 누르고 모질게 솟아난 수많은 가시의 줄기들이 당신의 영혼을 사정없이 구멍내어 버릴 때에도 아버지껜 오직 한 가닥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에 당신에게 가해하는 모든 사람들을 다만 한껏 미소로써 용서하실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아버지! 우리들이 당신과 같이 묵묵히 그렇게 십자가를 지고 모든 스스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다만 용서하며 우리의 땅까지 도착하기란 당신의 행하신 일들을 너무도 힘겹고 벅찬 일들입니다. 그러기엔 우리를 주위의 다른 아름다운 길들이 너무 많은 때문이고 우리들, 의지의 절기가 아직은 너무도 여리기만 한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 저희 이 작은 질그릇에 담긴 당신의 승리의 표적은 가장 완전한 소리로 저희들을 격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저희들 작은 가슴에 영원히 울리고 계실 그 사랑의 종소리는 시간이 더할수록, 그리고 저희가 더 자랄수록 점점 깊게 그리고 확실하게 울리어 당신의 거룩한 길로 인도해줄 것입니다.
아버지! 손잡아 주십시오. 오늘은 5월, 항상 저희들 마음속에 울리고 있을 그 구원의 종소리를 더욱 확신하기 위하여 오늘 저희는 비로소 눈 뜨기 시작합니다.
<마리아ㆍ서울 창덕여고생>
◆시부문 종소리-이귀재
당신은
이 땅덩이가 처음 생길 때부터 아직 식지 않아 끓어오르는
이 대지 위에 계셨습니다.
아니, 그 전부터서
우리가 듣기 좋아하는 모든 소리 되어
잔잔히 울리셨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호흡 속에도
당신은 생생히 계셨고
조용히 쏟아지는 달빛을 받는
고요한 호수의 수면 위에도 계셨습니다.
모세가 석판을 받을 때도,
주 예수, 당신의 성자가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도
밝은 소리로 계셨습니다.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들 맘속에서도 울리기를 원하시어 애태우시며
저희들 마음의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크낙한 요행으로 저희에겐
활짝 갠 아침의 새소리와도 같이
당신이 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제대 위에 봉헌된 백합처럼
활활 타오르는 촛불의 희생처럼 저희들은 당신께 바쳐졌습니다.
그러나 심연의 구렁에서부터 오는 끊임없이 달갑게 뵈는 영상들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촛불의
힘없음처럼 저희를 허약하게 만듭니다.
허나 그 어느 곳보다도 영원한 게
당신의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의 은총으로 언제나 들리는
산골의 개울물 소리.
이처럼 맑고 차겁고 끝없는 행진처럼
당신은 언제나 저희 마음속에
메아리쳐 울려주실 것입니다.
<요한ㆍ서울 성신고등학교 3년>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