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다. 반 세기 전의 일인지라 년월을 기억하고 있지 않아 미안하지만 확실히 내가 20대 전후였을 적에 지금의 가톨릭시보의 전신이었던 천주교회보가 탄생했었다.
지금 안목으로 그때의 창간호를 본다면 한심할 지경이었음은 분명하리라. 그러나 그러한 형태로서도 창간하였길래 오늘날의 가톨릭시보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에 당시의 사람들이 용감했다고 칭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당시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왕성한 의욕을 가졌었다고 할까!
당시 3ㆍ1운동 직후로서 일제도 소위 문화정치로 전환하던 때요 우리 민족도 문맹 퇴치와 국산 장려 등 민족의 자주 자립을 부르짖던 때이라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순응하여 우리 가톨릭 청년들도 단결과 계몽에 앞장서 왔던 것이었다.
이리하여 조선 남방공교 청년회라는 간판 아래 대구에서 활발한 청년운동이 일어났다.
서울의 장면 조종국ㆍ박병래 한창우 류홍렬 제씨와 안성의 우종완씨 평양의 이해남씨 등과 서로 협조하여 대구의 최정복 윤창두 김주석 리효상ㆍ오룡진 최재복 최복만 제씨가 청년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처음에는 남방공교 청년회의 기관지 같은 것을 구상하였으나 청년회의 기관지보다「天主敎會報」라는 편이 훨씬 더 포괄적이요 뚜렷하지 않겠느냐 하여 천주교회보로 명명하였고 따라서 교회 사서국장신부의 검열과 인준을 받게 되었으나 재정적으로는 유지 청년들의 동인지 비슷하게 출발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가톨릭에서 나오는 출판물이 경향잡지밖에 없었으므로 회보가 좀 더 참신한 맛이 있다 하여 갑자기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였다. 당시 남방공교 청년회장 최정복씨는 회보 발전의 주동력이 되어서 다년간 결사적 활동을 하였다.
처음에는 대구에서 인쇄를 하다가 다음 해에는 서울 근택 인쇄소(近澤刷刷所)에 인쇄를 맡기었다.
당시에는 물론 월간이었다. 그래도 한 달에 몇 번씩 서울로 오르내리었다.
최 회장은 편집과 교정과 재정까지 도맡아 일을 하였다. 그야말로 희생적이었다. 최 회장은 한편 해성여자학원 원장을 겸하고 있었다. 최 회장의 열성에 감동한 우리들은 각자가 각자 나름대로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의 천주교회보는 인쇄나 체제나 어떤 출판물에도 손색이 없이 훌륭한 것이었다고 자부하고 싶다.
내용은 주로 사설과 논문 교회 소식(국내ㆍ국외) 취미 란 등이었다. 지금까지도 나의 기억에 남는 것은 김구정(金九鼎)씨의 연옥 순례(煉獄巡禮)라는 창작이었다. 해방되기 몇 년 전까지 회보가 발행되었으나 일제의 탄압이 점점 심해지자 부득이 중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一九四五年 八月十五日 우리나라가 광복이 되고 그 이듬해에(?)「천주교회보」가 복간되었다. 제호도「가톨릭시보」로 변경되었다. 광복 직후에는 대구교구에 교구장이 없었다.
그리하여 서울교구장 노주교가 1년 이상 겸임하셨다. 이 동안에 대구교구는 교구장 대리로 주재용(朱在用) 신부를 맞이하게 되었으나 교황사절 방 주교의 추천으로 최덕홍(崔德弘) 신부가 제4대 대구교구 교구장 주교로 임명되었다.
최 주교는 대구 매일신문을 창간하시었고 가톨릭시보가 매일신문에서 인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셨다.
이리하여 매일신문과 가톨릭시보는 자매지와 같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지금은 벌써 광복 30년이 지났다. 그동안에 시보는 기구한 운명을 걸어 왔다. 그러나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한때는 루디 신부가 또 한때는 김 추기경께서도 직접 주도하신 일이 있었다. 이 밖에도 정태호 주병환 김인석 김덕룡 최해운 김점묵 조천수씨 등 수고하신 분이 무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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