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마도 자기 존재를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줄 압니다. 다시 말하자면 자기 뜻에 의하여 자기 마음대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자라고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넓은 의미의「교육적 배려」안에서 생장하고 생활하며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말로 인간의 특징을 그려 보았던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 인간은 과학적 동물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은 종교적 동물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다 옳은 말들입니다. 인간은 그 집단의 규모의 대소(大小)를 불문하고 어떤 형태로든지 사회 생활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사회 안에서 태어나서 사회 안에서 살다가 사회 안에서 죽어 저 세상으로 갑니다. 가정 생활로부터 국제 시민 생활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은 연쇄적이고 집단적이며 사회적인 여러 가지 제약(制約)과 규칙하(規則下)에서 자기의 고유 가치를 지향(指向)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이성적(理性的)인 생활체임에도 틀림없습니다. 인간은 동물적인 육신에 의한 가치 표현(價値表現) 이외에 감히 현상의 세계를 넘어 있는 이성(理性)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성이란 경험을 넘어 있고 현실을 넘어 있고 증명을 넘어 있고 눈과 귀와 코와 손과 입을 훨씬 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냄새도 맛도 촉감도 없는 곳에서 그것보다 진하고 아름답고 맛있고 향기롭고 보드라운 맛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인간에겐 철학이 있는 것입니다. 그 철학은 직접적인 철학자만의 전유물(專有物)이 아니라 무릇「지혜를 사랑」하며「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의 공유물(共有物)임에 틀림이 없는 것입니다.
인간은 원조(元祖) 이래로 과학을 해 왔습니다.
과학적인 훌륭한 기계 기술만이 과학은 아닙니다. 생활의 모든 지혜는 과학적 노력의 결정인 것입니다.
개미도 정치를 하고 꿀벌도 정치를 한다고 합니다. 하물며 사람이 어찌 정치를 하지 않겠습니까?
정치(政治)는 바르게(正)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바르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생활을 바르게 하도록 집단적으로 약속된 것이 오늘날의 정치이고 그것이 의식(儀式)이나 관습(慣習)상 누구나 이의(異議) 없이 받아들여졌던 것이 불문(不文)으로 인정되었던 것이 옛날의 정치인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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