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 속죄하는 계절만은 아니지만, 속죄도 하나의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부활축제를 올바로 준비하기 위해서 이 요소를 간단하게 살펴 보겠다.
사순절 전례는 고대부터 오늘까지 세 가지 주요한 요소 즉 성세ㆍ속죄 그리스도의 수난을 보존해 오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교회의 과정에서 성세와 그리스도의 수난 두 요소가 흐려지고 속죄의 요소만이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외적인 속죄 행위의 한 부분인 단식과 금육이 공적으로 지켜지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크게 완화되어서 지금은 두 번의 단식일과 일곱 번의 금육일(금년은 여섯 번)을 지키면 된다. 고된 노동을 해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었고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던 옛날 사람들에게는 단식과 금육이 고통스러웠겠지만 살 빼기ㆍ미용ㆍ건강 유지를 이유로 음식의 분량을 줄이고 가벼운 아침 식사로 문화인 행세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오늘에 단식과 금육이 얼마나 고통을 주어 속죄의 구실을 하는지 의문이다.
단식과 금육이 양분 섭취의 진지한 제한이라는 전통적 의미가 점점 그 뜻을 잃어가고 있다. 본래의 뜻을 살리지 못하는 실천은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속죄 실천은 시대에 따라 변화될 수 있고 또 변화되어야 한다.
인간이 타락은 했어도 그 자유는 손상되지 않았다. 자신의 힘이나 공로로서가 아니라 먼저 작동하시는 하느님의 자유로운 사랑과 자비에 힘입어 자신의 죄책에서 구제 받는 자유로운 속죄 행위를 할 수 있다.
속죄 행위란 과거의 죄악에서 벗어나 하느님께 돌아오는 것뿐 아니라 죄악에 대한 내적이고 외적인 그리스도교적 태도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사람이 신앙의 눈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할 때그를 사로잡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이다.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과 자기 실존에 대한 진실을 용감하게 직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제시된 하느님의 말씀에 비추어 바리사이적 자기 의화를 깨고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할 수 있다. 이것이 회개와 속죄의 첫 걸음이다.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죄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죄에 두려움을 가지고 극기의 행위로 죄를 거스러 싸워야 한다.
죄를 거스러 투쟁하는 방법으로 성서는「깨어 기도하는 것」「단식」「자선」등을 열거한다. 이런 것들은 사람의 자연적 경향에 반대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 잦은 실천은 의지를 굳게 해서 죄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개인의 환경과 생활 상태에 알맞는 극기의 실천 없이 올바른 그리스도교적 생활은 유지되지 못한다.
그리스도의 부활 선물인 성령을 받은 하느님의 백성은 용서의 분위기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고백성사만이 사죄의 수단은 아니지만 고백성사는 사죄 수단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들은 필요에 따라 고백성사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죄의 용서뿐 아니라 훌륭한 속죄 행위도 된다.
사람의 죄는 어떤 모양으로든지 그 결과를 남긴다.
죄의 질과 경중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지겠지만 그것이 죄인을 괴롭히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자신의 죄의 결과를 승인하고 인내로 참는 것도 속죄 행위가 된다. 이상은 개인적 속죄 행위인데 우리는 개인적 속죄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하느님은 우리를 개개인으로 부르시지 않고 한 백성으로 선택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교회와 세상 안에서 공동 책임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사랑하면서도 복음의 정신이 용납할 수 없는 세상 즉「육체의 쾌락 눈의 쾌락 그리고 재산의 자랑」(요한1서 2ㆍ16)을 일삼는 그런 세상을 거스려 다 함께 투쟁하고 또한 세상이 범한 죄의 짐을 함께 지고 가야 할 공동 책임이 있다. 세상의 죄의 짐은 인간들이 겪은 일반적 불행과 고통에 구체화 되어 있다.
위에 열거한 모든 것이 포함된 속죄라야 완전한 속죄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런 속죄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자유로운 자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결실 있는 속죄의 계절을 맞을 결의는 모든 신자들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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