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적 사랑은 위로 향하는 사랑이며 아가페적 사랑은 위의 상태에서 아래로 베푸는 사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에로스란 본시 플라톤적 의미로부터 출발합니다. 희랍신화에 있는 에로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희랍의 고대 신화시대에는 수많은 신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신들 가운데 아프로디떼는 권위 있는 지혜와 사랑의 신이었으며 신궁 안에서 가장 위세가 당당한 신이었습니다. 그 주위에 많은 신들이 또 있었습니다. 포로스라는 신도 있었는데 이 신은 귀족의 신분으로서 미남에다 부귀를 갖추었으며 건강과 지혜를 동시에 구비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신궁 안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은 신이었는데 특히 여신에게 그러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는 아직도 총각이었습니다. 가끔 있는 귀족신들의 파티에서는 언제나 이 포로스의 인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 소문이 신궁에 널리 퍼져 있었으므로 포로스라면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라서 심지어는 얻어 먹는 거지들조차 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거지신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 거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자는 베니아라는 신이었습니다.
베니아는 처녀이었으며 거기다가 포로스와는 반대로 인기가 가장 없는 신이었습니다. 못나고 어리석으며 게으르고 우둔하며 몸조차 보잘 것 없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인기 없는 악조건들을 다 갖춘 것이 베니아였습니다. 그러나 이 베니아도 포로스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포로스가 유명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봄볕이 따스한 어느날 신궁 안에는 화려한 잔치가 베풀어졌습니다. 그것은 아프로디떼의 생일 잔치였습니다. 그 잔치에는 여러 신들이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초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 귀족 신분의 신들만이 초대를 받았던 것이며 그 속에는 포로스가 포함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잔치에는 베니아도 나타났습니다.
베니아는 초대를 받은 것이 아니나 아프로디떼의 생일 잔치 날을 기하여 그 신전의 문이 열리고 그날 하루만은 신전이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베니아는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평생에 한 번 배를 채워 보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은 소원을 성취할 양으로 많은 음식을 얻어 먹었습니다. 술도 마시고 빵도 먹었습니다. 이제 배가 부르니 다시 한 가지 소원이 더 생겼습니다. 지금까지의 거지 베니아는 처녀 베니아로 탈바꿈했습니다. 베니아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남성은 다름 아닌 포로스였습니다. 베니아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아프로디떼 신전에까지 들어왔을 바엔 포로스의 모습이라도 한 번 보자. 비록 한 번도 포로스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세상의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포로스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포로스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이 잘난 남자이기 때문이다』이렇게 생각하면서 베니아는 귀족의 신들이 모여 신전의 아름다운 정원이나 구경하고 가자고 작정했습니다. 넓은 정원에 봄볕이 내려쬐고 백화는 다투어 아름다운 모습들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베니아는 그 속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꽃나무들 사이의 한 장소에 한 사람이 누워 있었습니다.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베니아의 눈이 부실 정도로 미남자였습니다.
베니아는 생각했습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잘 생긴 남자는 다시 찾아볼 수 없으리라고. 그래서 생각해내었습니다. 이 남자야말로 포로스에 틀림없다고 단정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포로스는 연회장에서 빠져나와 꽃을 감상하고 있는데 따스한 햇볕이 달아오른 술기운에 더하자 포로스는 그만 오수에 떨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베니아의 가슴은 설레이고 두근거렸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요 천우신조의 만남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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