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아는 드디어 결심을 했습니다. 포로스의 팔을 살며시 빼어 베고 누웠습니다. 둘이는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열 달이 지났습니다. 베니아는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 아기가 바로 에로스라는 이름의 아기였습니다.
에로스는 이렇게 하여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 베니아의 한없는 동경에서 사모에서 희구에서 에로스는 태어난 것입니다.
약한 자가 강한 자를 동경하여 가난한 자가 부자를 동경하여 우둔한 자가 현명한 자를 추가 미를 위가 진을 악이 선을 그리워하여 에로스는 태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문화를 사모하고 이상을 동경하고 가치를 희구하는 정을 에로스라고 합니다. 한없는 그리움 그것은 사랑의 씨앗입니다. 교육에 있어서는 항상 이 에로스를 진리 탐구의 원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에로스와 생도의 에로스가 합치하는 곳에 보다 높은 차원의 에로스가 또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아가페적 사랑을 보기로 합시다.『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보내셔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제물로 삼으시기까지 하셨습니다』(요한의 편지 4ㆍ10)『여러분은 세상의 소금입니다. 만일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을 가지고 그 소금을 다시 짜게 할 수 있겠습니까?…여러분은 세상의 빛입니다』(마태오 5ㆍ13~14)『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습니다』(마태오 8ㆍ20)
요한에 의하면 하느님은 우리 인간들이 빠져있는 죄를 용서해주시려고 이 세상에 왔다고 합니다. 우리를 구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하느님의 명을 받고 세상을 구제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온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제자들에게 소금이 되라고 했던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을 정도로 구제되지 않으면 안 될 운명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자기의 온갖 정열과 지혜와 성의를 다하여 이 세상을 구제하였습니다. 결국 자기의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으며 이 세상의 구제를 실천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의 사랑을 우리는 아가페라고 합니다. 에로스가 아래에서 위로의 사랑인 데 대하여 아가페는 위에서 아래로 베푸는 사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베푸는 사랑, 어머니가 아기에게 베푸는 사랑, 교사가 생도에게 베푸는 사랑, 그래서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 이 아가페의 사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금에 있어서 위대한 예언자들은 이 구제애(救濟愛)로서「아가페」의 주창자요 실천자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무지함을 자각시켜 지(智)에로 나갈 것을 주장하였으니 무지(無智)의 구제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인간의 고뇌를 떨어버리고 순수무구한 인간 실체、인간 자아를 추구할 것을 역설하였으며 그래서 대우주관에 입각한 세속 잡사의 덧없음과 차원 높은 인생관에 입각하여 인간적 노력의 새로운 방향을 진정한 자아의 발견에로 잡았던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명에 의하여 이 세상의 온갖 불의와 불신과 불화(不和)를 구제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계명에 따르기를 종용하고 또는 증거하고 마침내 치명까지 하셨던 것입니다.
공자는 인간의 온당한 법도는 그 일에 따라 다르니 그 일에 온당한 법도를 깨달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그런 법도는 고인의 예를 돌이켜 반성함으로써 회득(會得)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현재를 부정하고 이상(理想)의 세계를 현세와의 다른 차원에서 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가페의 사랑은 결국 현실적으로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적에는 고적하게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관계 상황이란「주는 것」과「받는 것」의 형식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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