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교만해지면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 고개 어깨 할 것 없이 들어 높인다. 한마디로「내가 너보다는 크다, 내가 너보다는 낫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겸손한 사람은 어떠한가. 자신을 작게 여기고 고개를 숙인다. 자세가 낮다. 그런 사람은 스스로를 낮춘다. 마주 선 이가 위대할수록 더욱 더 낮춘다. 자신도 더욱 미소하게 여긴다.
우리네 인간이 하느님 앞에 섰을 때보다도 자신을 더 작게 느낄 때가 어디 있겠는가. 요원한 과거에나 지금이나 백 년 전후에나 한결같이 머무시는 위대한 하느님, 내가 앉아 있는 이 방과 이 도시와 저 넓은 세상과 헤아릴 수조차 없는 별 하늘마저 그분 앞에서는 먼지 앞에 지나지 않는다.
거룩하시고 순전하시고 의로우시고 무한히 높으신 하느님-그 얼마나 위대하신가. 그리고 나는 그 얼마나 미소한가. 미소한 나머지 그분과 나를 비긴다는 것부터가 있을 수 없으며 그분 앞에서 나는 오직 무(無)일 따름이다 하거늘 어찌 그분 앞에 교만한 자태를 절로 버리지 않으랴. 절로「작아진다」무엄하게 버티고 서 있을까 봐 자신의 외양부터 낮추고 싶어진다. 어느새 키를 반으로 줄이게 된다. 인간은 무릎을 끓게 된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으면 허리까지 굽히게 된다. 이렇게 낮아진 모습이 아뢰는 것은「당신은 지대한 하느님이시요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자」라는 뜻이다.
무릎을 끓을 때면 서둘러 해치우는 빈 동작이 되지 않도록 하자. 정성을 기울이자. 장궤의 의의는 속마음도 더불어 하느님을 경외하며 공손히 숙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성당에 드나들 때 또는 제대를 지나칠 때마다 경례나 장궤를 하되 깊숙이 천천히 마음을 다하여『나의 지존하신 하느님-』하면서 하자. 거기에 참 겸손과 성실이 있으며 자신에게도 매번 유익할 것이다.
〈계속ㆍ분도출판사近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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