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 하나 걱정하는 것은 별 유의한 것이 없는 신자들에 대한 나쁜 소문이 서울에 나돌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교회를 짓기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중국인 건축자들과의 합의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다리던 일꾼들 대신에 건축가이신 쁘와스넬(Poisnel)신부의 편지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있었다.
『나는 신문에서 당신의 정원 안에 민비(閔妃)의 체류를 기념하는 사원을 짓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읽었습니다. 나는 결코 탑 옆에 세워진 교회를 볼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조만간 명료한 답장을 받기 전에는 중국인들을 보내줄 수 없습니다.』나는 이미 이러한 책략을 풍문으로 알고 있었고 한국 신문의 짤막한 기사에서도 그것을 읽었었다. 그것은 어디에나 다 있듯이 국민을 착취하여 치부하기를 원하고 죽은 후에도 편히 지내지 못하는 가엾은 왕비, 민비를「팔아먹는 것」외에는 별 다른 구실이 없는 술책에 능한 수행원들의 짓이었다.
더욱이 좋지 못한 일은 그 무리들 속에도 가끔 내 형편을 염탐하러왔던 사악한 두 명의 신도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에게『너희들은 신도이지만 나는 너희들을 너희들 그대로의 악한으로 취급할 것이다ㆍ 그리고 너희들이 만약에 내 집에서 무슨 짓을 하려든다면 그때에는 내 맹세코 너희들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두 번 다시 그따위 짓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들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나는 즉시 쁘와스델 신부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썼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7년 전 부터 이곳의 주인이십니다. 지옥의 악마들은 그분께서 스스로 물러나시지 않는 한 이곳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되도록 빨리 중국인들을 보내십시오.』성실한 사람들은 이미 다른 곳에 떠나고 없었다.
그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서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일은 영하의 추위가 시작될 때에 가서야 겨우 이루어졌다. 콘트리트가 잘되지 않는 추위였다. 결국 우리는 교회을 가지게 되었다. 조금의 빛도 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첫 번째 주일 날 옛 성당에서는 빽빽이 들어차 있던 신자들이 새 건물에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회상에 잠기었다.
『아! 성모마리아께서 이교회를 신자들로 채우시기를 원하신다면 나는(Nunc dimittis)를 찬송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우리의 자애로우신 어머니께서는 나를 훨씬 앞지르고 계셨다
그때 나는 그분처럼 행하였던 것이다. Nunc dimittis 찬송을 멈추고, 그 이전의 것보다 세배나 크고 스무배나 아름다운 새 교회를 세우기 위한 자금과 재료들을 준비하기위해 20년의 세월을 보낸 것이다.
1930년에 교회는 완성되었다. 재원의 부족으로 쉬잘레(Chizallet)신부에 의해 작성된 처음의 설계도대로 교회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런대로 그것은 8변형의 기둥들과 하나의 큰 연단과 반들반들한 화강암으로 된 다섯 개의 제단을 갖춘 기념 건조물이 있다.
게다가 아름다운 성로(聖路)가 사방의 벽들을 장식하고 있다. 지면 밑에는 시멘트로, 그리고 지면위에는 1m의 자른 돌로 토대를 하고, 중앙 홀에는 자른 돌로 된 기둥들이 있고 낮은 쪽에 끼워진 푸른 벽돌로 된 기둥들이 있는 벽은 붉은 벽돌로 그리고 모서리는 푸른 벽돌로 된 길이 40m, 넓이 15m, 높이 7m의 고딕식 건물이었다. 종루에는 그때까지 아무 것도 설치되어있지 않았지만 바라건대 머지않아 도레미를 울리는 종들로 된 주명 종으로 하느님에 영광을 말하고 찬송할 수 있게 될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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