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 .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으로 모 공소에 9개월간 주재하고 있었다. 본당에서 일할 때보다 시간을 자유로 쓸 수 있어 의욕적이긴 했으나 본당 신부 역까지 대신하여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우선 교적 정리를 하고 문제점을 대별한 후 가정방문을 한 차례 돌고 나서 실제로 해결하여 할 급한 일의 순서를 정하기로 했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나니 몇 가지 큰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의 신심상태였다.
그곳에는 열 사람의 청년이 있었는데 입대를 앞둔 청년들 중에 일곱 명은 태권도 유단자란다. 그것도 하단자에게서 흔히 보이는 정신 수련과 힘의 균형이 없는 그런 유형들. 눈빛부터가 경박해 보였다. 한마디로 자기 재주를 과시하는 풋밤송이 같은 외향성 사내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줄 수 있을까 … 』늘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직설적인 충고는 무용한 것. 자주 함께 어울려 먹고 마셨다. 그리고는 침묵 속에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가 예상 밖에 빨리 찾아왔다.
어느날 함께 모여 놀다가 한 사람의 제의로 자기들끼리 팔씨름이 시작되었다.
열심히들 했으나 그 중 최강자가 생겨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제 자리에들 앉았다. 그때『나하고 한 번 해 보세』하며 나는 승리자에게 팔을 내밀었다. 좌중은 어림없다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당사자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나와 그는 마주 엎드려 배를 깔고 팔굽을 세워 손을 잡았다. 시작되려 할 때『잠깐! 자네가 지금 여러 사람과 힘을 쓴 후라 힘이 많이 빠져 있을 것이니 내게 지더라도 핑계가 생길 것일세. 그러니 오른팔로 하지 말고 왼팔로 하세. 그것이 공정하지 않겠는가?』하고 제안하자 그렇게 하잔다.
잠시 후 승부는 맥없이 끝났다.『다시 한 번!』화가 난 상대는 재대결을 청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야아! 회장님에게는 안 되겠어』왼팔이 저린지 흔들면서 그는 패배를 선언했다.
그러자 좌중의 눈빛들이 진짜 형님(?)으로 보는 순진성으로 변했다.
그러나 내심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왼 팔목은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부러졌다가 나았기 때문에 오른 팔목보다 훨씬 굳어서 그 위력은 상당하였다.
어쨌든 힘의 우위를 보여준 셈이 되어 다행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믿는 힘의 우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추석 때로 기억된다. 저녁에 모여 술 한 잔씩을 나눌 때였다.
그 중 두 명이 사소한 언쟁 끝에 성급한 쪽이 방 가운데 놓인 등잔대를 잡고 상대를 향해 힘껏 던졌다. 갑자기 방이 어둠에 쌓이고 폭풍전야 같은 중압감이 들더니 어둡고 좁은 방에서 서로 엉켜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었다.『안드레아 앉지 못해!』있는 목청껏 소리 질렀다. 내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실내는 멈칫하였다.
더듬어 성냥을 찾아 불을 붙이고『이 못난 놈들. 주먹 단련이 겨우 이것뿐이냐?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는 법(마태 26ㆍ53) 주먹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것이라는 것도 모르는 놈들!』
이 일이 있은 후 그들이 간직한 힘의 우상은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계속)
◇일선 전교사들의 많은 투고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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