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구 설정 65주년(1911년 조선교구가 서울 대구 량교구로 분리된 것을 기준)을 기념하여 한국교회사 연구소(소장ㆍ최상우 신부)가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신문회관에서 개최한「사료 전시회」는 교회 안팍의 큰 관심을 모은 가운데 한 국가나 단체의 역사에 있어 비록 짧은 한 통의 서한이나 공문이 얼마나 귀중한 사료 역할을 하는가를 보여 주었다. 전시회에는 1886년 한불조약을 계기로 한 가닥의 신교의 자유를 얻게 되는 천주교회가 이를 전후하여 겪는 각종 사건 즉 교안ㆍ제주사건ㆍ안명근사건ㆍ동학관계ㆍ한불관계 사료와 서울교구 초대교구장 뮈텔(閔德孝) 주교가 모은 초대장 명사서찰 등 1백23점이 선을 보였다. 2회에 걸쳐 사료 전시회를 지상 중계한다.
1882년 신학교 입학이 허락된 방바오로는「신학생 서약서」에서『죄인 방바오로는 오늘부터 주교께 나를 바치옵고 만일 다시 나오거나 혹 만일 좋지 않은 일을 부러 하여 내 탓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 동안에 위하여 쓴 것을 다 학당(學堂)에 바치고 돌아가기로 허원 다짐하는 바로소이다』하고 학교의 가르침에 절대 순종할 것을 서약한다.
교회 권위에 대한 절대 복종의 모습은 1897년 경상도 보주지방 신자들의「신부 파견 호소문」에도 엿보인다.
진주와 3백리 거리인 거제 지방에서 어떤 신자가 고목굿을 하는 바람에 두 지방을 맡던 신부를 주교가 소환, 목자를 잃게 된 진주 신자들은『법부 훈령 후 관장과 백성들이 겉으로는 성교를 해하지 못하는 말을 하면서도 안으로는 성교를 해하려고 하니…신자들은 부지할 수 없는데 이는 모두 거제 교우 탓이니 엎디어 구하건대 신부 1인 꾀시기 천만 바라옵나이다』하고 읍소했던 것.
한 신자의 우상 숭배 행위에 대한 주교의 분노가 풀려 신부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상상키 어려운 교회의 한 면모를 말해준다.
1886년 한불조약 후 1백만년 간의 박해에서 벗어난 교회는 서울에 종현(明洞)성당을 높이 세우는 반면 출판 교육 사회사업 분야에도 본격적인 활동을 벌인다.
1906년 경향신문이 창간되고 1909년에는 전라도 순천에서 천주교학교 설립을 놓고 지방 관헌과 분쟁이 일지만 곧 수습된다.
이보다 앞서 1900년 천주교 신자와 제주도민 사이에 일어난 소규모 충돌은 급기야 제주읍城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는 대규모로 변했다. 신교 자유 이후에도 지방 관헌에 의해 소규모 박해가 계속됐음을 말해주는 이 사건을 놓고 교회와 주민은 피차「旋義郡敎弊査安」과「大靜郡各里亂民作弊略抄」를 작성 서로 작폐를 주장한다.
사건은『西敎는 朝家에서 禁치 아니하는 바라 民된 자 마땅히 朝家의 뜻을 지켜야 할지니… 』로 시작되는 敎民條細文(12條)을 맺고 일단락되나 7백여 명이 죽은 큰 사건에 따른 각종 기록 16점이 진상을 자세히 말해준다.
지방의 일부 관료 지방 비임 개인에 의해 일어난 대소의 박해사건으로 외교문제까지 된 사건을 말하는「교안」은 이 외도 많다.「대구 김보록 신부 구타사건」(1891)에 대한 경상감사의 사과문, 경기도 양근 군수에게「천주교 신자를 박해하지 말라」는 사헌부의 통고문(1887) 황국협회와 일진회의 천주교 박해사건(1898)에 관련된 문서, 공주의 정완돌이란 사람이 서양인(신부)에게 집을 팔았는데『해당 건물이 관청 건물이니 중지하고 외부의 지시를 받으라』는 충청 관찰사의 지시 내용 등 13점이 전시됐다.
동학란(1894)이 일어나 천주교에 대한 공격이 가열되면서 교회는 대처키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했음을 보여주었다.
1894년 7월 29일 전주에서 피신하다 공주 금강변에서 청군에 사살된 佛人 조(Jozeau) 신부의 유서, 사태를 알리는 암호 전보, 신부집에 붙었던 동학의 천주교 규탄 벽보, 난진압차 나온 초토사에게 지방 관헌의 학정을 알리는「東學人原情」등 18점인데 조 신부는『혼란 중에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아마도 내 피가 교우들의 학살을 그치게 할지 모른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종제로 독립운동 자금을 뒤 대다 일제에 의해 강도죄로 투옥된 안명근은 1915년 3월 18일 경성감옥에서 뮈텔 주교에게 보낸『약현이나 종현 신부께 성사 주시기를 허락하여 신은으로 다시 목욕케 하심을 간절히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은 안 의사 가문의 독실한 신앙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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