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덕원교구장은 태평양전쟁이 치열해가자 연합군의 공습에 대비한 성체(聖體) 보존 방법을 지시한다.
그 내용을 보면 ①미사 시작 전에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해제될 때까지 기다리다 해제 30분 후 미사를 시작하고 ②거양성체 전에 폭탄이 떨어지면 즉시 미사를 중지하고 ③거양성체 후면 신부는 곧 성체를 영하고 남은 성체는 안전한 곳에 모시라는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북에는 공산집단이 들어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서서히 시작되는 과정도 전시된 사료를 통해 볼 수 있다.
1947년 2월 11일 만주「용정본당 주임 김 신부」의 서명이 든 한 통의 서한에 실린 구절은 이러하다.
『간도교회는 말이 아닙니다. 군란이 일어날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교구를 통한 신공을 요망합니다. 』
박해의 신호는 덕원교구에 근무하는 이춘근이란 사람이 서울의 노 대주교에게 보낸 엽서 크기의 양면 괘지에 깨알처럼 박아 쓴 사연에서 절실해진다. 『성모 승천에 옛「까타콤바」와 같이 문을 잠그고 신자 없이 쓸쓸히 간신히 미사를 드렸습니다. 主 허락하시면 순교자들을 본받을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신학교(德原신학교)는 9월에 개학 예정이나 개학이 될런지 문제이며 우리는 겨우 살아갑니다.
전시회에 나온 사료들은 대부분 뮈뗄 주교가 소중히 간직했던 것들로 그의 사료 수집은 한 통의 전보 한 장의 명함에 이르기까지 관심과 정성이 담겨져 있음을 엿보게 했다.
이런 작은 사료들은 역사적 사건들의 사료 못지 않게 교회와 사회의 역사를 후세에 전해주는 가치를 지니며 흥미마저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陸軍副將 閔公泳煥 十一月三十日 上午殉國」. 망국의 한을 담은 민영환 공의 부고, 경인철도 개통식 초대장(1900) 전차 개통식 초대장(1899)ㆍ독립협회 초대장(1897)ㆍ순종 즉위식 초대장(1907)ㆍ세브란스병원 기공식 초대장(1902) 등 각종 국막문 초대장 15점을 비롯 당시 명사들과 주고받은 서찰 6점이 전시되어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교회 안에서 주고받은 각종 행사 안내서 전보 등도 흥미를 끌었다.
주로 지방의 신부들이 서울 주교관에 보낸 전보에는 각종 사연이 여러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데「경성 종현천주당 우 신부 앞」이어야 할 수신인 이름이「우 신부」로 적혀 웃음을 자아내게도 한다.
서울 주교관 주소도「종현천주당」「종현법국천주당」등 다양하고 전문도 순한글로 적은 것 라띤어를 한글로 표기 보안(?)에 신경을 쓴 듯한 것도 보인다.
뮈뗄 주교가 모은 것 중에는 고종이 경운궁에 머무를 때 생질을 소개하면서 자기와 같이 돌보아 주기를 청하는 서한이 있는데 러시아 황제의 문장이 찍힌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1911년 대구교구 초대교구장 플로리안 드마쥬(安世華) 주교 성성식 때 발행된 명동성당 입당권은 지금 명동성당의 부활 성탄 대미사 입장권의 시초임을 보여주며 앞서 1898년 서울 명동성당 준공 축하연 초대장 면모를 보노라면 박해 끝에 세운 이 성당의 의미를 애써 주지시키려는 교회의 의도를 생각케 한다.
초청된 고관은 법무대신 한규설 농상공부대신 이도재 참정대신 조병식 등.
각계 명사들 명함 틈에 섞여 전시된 당시 신부들의 명함을 보면「천주교 전교사 홍석구」「천주교회신부 정규량」등으로 간단히 표시했을 뿐 지명은 적지 않고 있다.
9점이 전시된 한불 관계 사료는 한불조약 추진을 전후해서 불란서 관리들이 뮈뗄 주교에 보낸 통고문과 양국 전권 대사의 담판 속 기록(1886)조약문 서양 신부들의 여행을 허가하는 호조와 서양양종을 분양 받은 전주 풍수원 온양 지방민들의「양잠하여 종자를 수대로 바치겠다」는 내용의 상약서 등이 보이며 1900년 빠리만국박물회 한국관에 전시했던 한국 풍물 사진첩도 나와 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자료는 뮈뗄 주교가 주로 모은 것 중 교회사연구소가 그간 정리 분류한 것인데 이 밖에도 많은 양의 사료들이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전시회는 단순한 역사의 재현을 넘어 역사를 의식하고 꾸준한 인내로 사료를 모은 선인들의 지혜를 보여주면서 이런 일에 갈수록 소홀해지는 후손들에게는 교훈을 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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