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여기서 다시 우리는「주고받는」원리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흔히「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무엇을 주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주려면 빈손이 아닙니다. 가령 손은 빈손이라도 받는 자는 받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사랑한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가「있어야」합니다. 아무 것도 없으면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줄 수가 없습니다. 돈이 있거나、명예가 있거나 인격이 있거나、학식이 있거나、가문이 있거나、배경이 있거나、완력이 있거나、아름다움이 있거나、인기가 있거나、마음씨가 있거나、소리가 있거나、무엇인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것을 편의상「힘」이라고 번역을 해도 좋습니다.
힘이 있어야 사랑을 합니다. 실력이 있어야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실력이란 사랑할 힘인 것입니다. 그래서 돈만으로 실력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돈의 사랑、즉 물질적 사랑이라고 하고、형태가 없는 정신력을 힘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가리켜 정신적인 사랑이라고 합니다. 하기야 사랑은 위의 모든 힘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면 사랑에 있어서 더 없이 큰 힘이 되어 더 훌륭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그런 실력자란 우리가 바라는 만큼 그렇게 흔하지는 못한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범위 안의 실력으로 사랑하는 것、그리고 그 실력이 범위를 더 크게 하는 것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사랑을 주는 것이라 할 때는 베풀어주는 것이요 돌봐주는 것이요、도와주는 것이요、동정해주는 것입니다. 주는 것이 이러할진대 주는 전제가 위에서 말하는 조건을 전부라고 하는 말은 부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거지에게 동전을 주는 것도 주는 것이요、아버지가 박사가 되는 것은 아들에게 명예감을 주는 것이며 남편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은 인격적 힘이 되는 것이고 배경으로 취직을 시켜줄 수 있는 것도 힘이며 주먹이 강한 것도 힘이 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 사람을 사랑해도 그것은 부분적으로 사랑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비록 한 가지 조건에서 비롯된 사랑이라고 하는 것도 일단 사랑의 관계가 성립하고 보면 전체적 사랑으로 파급되기 마련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사랑이란 것이 본시 전인적(全人的)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부품적(部品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질이 사랑의 매체가 되어도 그 안에 그 나름의 인격도 명예도 있는 법이며 주먹이 매체가 되어도 그 안에 돈도 인격도 있는 법입니다. 다만 우리가 경계하고자 하는 것은 그 어느 부품적인 사랑、기계적인 사랑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뜻입니다. 전체로 사랑하는 것、그래서 물질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포함되고 영혼에까지도 연결되는 사랑이 아니면 안 되고 최후 심판에서도 능히 사랑을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랑의 자본으로서 힘、즉 실력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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