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주문진본당 사목위원회 회장 정인수씨가 본당 내 조직을 체계화하고 강화시켜 신자들의 의식구조를 쇄신、발전하고 자립하는 본당으로 끌어올린 체험기다. 낙후된 농촌본당이라 할지라도「좋은 방법」이면「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선 사목자들에게 심어주리라 기대된다.
(편집자 註)
내가 본당 사목위원회 회장으로 피선된 것은 1월 초에 열린 77년도 총회에서였다.
전혀 뜻밖의 선출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만 31살 나이에 알파요 오메가인 무한한 주님 사업을 감당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는 서른 살에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하느님 사업을 시작하셨고 공자는 삼심입지 (三十立志) 라 하여 서른 살에 뜻을 세운다 했으니 나이로 본다면 일할 수 있는 나이이긴 하나 그것은 전자의 경우 그분들은 성인들이기에 가능했지만 나 같은 범부의 경우는 문제가 없지 않았다.
젊다는 것은 행동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점도 있겠지만 연장자 층에게는 반대로 젊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배타적 내지 거부반응도 문제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목회장으로 피선된 것도 주님의 뜻이라 생각하니 거역할 수는 없었다.
교회사업이란 일반 사회단체처럼 이권이 생기거나 감투로 행세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면 그건 큰 오해이다. 그리고 회장이라 하여 앉아서 호령이나 하는 여느 단체와 혼동해서도 아니 된다.
사명 한 달의 명령 체계가 확립된 것도 아니요 판공비나 월급 따위가 지급되는 것도 아닌 글자 그대로의 겸손과 희생만이 요구되는 순수한 조직체요、또한 교회 발전에 근간이 되는 곳이 바로 사목위원장이다.
사목위원회 운영 방침은 본당 신부와 뜻을 같이하되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사목활동이어야 한다.
그러나 본당마다 알고 있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늘어가는 냉담자에 비해 영세 입교자는 적고 둘째 신자 상호간에 친목 유대가 결여되어 있고、셋째 재정 궁핍으로 본당 자립은 요원하고 넷째 평신도인 신자로서 본당 운영에 관심이 전무하다. 대첵적으로 이런 공통점은 모든 본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그러나 시급히 해결해야할 절대 명제이기도 하다.
우리 본당도 예외일 수는 없다.
주문진본당에 3개 공소를 포함、외형으론 1천이 넘는 신자가 교적에 있으나 실제로 교회에 나오는 숫자는 50% 안팎이 고작이다.
신자들이 일 년에 내는 유지비(교무금)가 작년 한 해에 50만 원을 조금 상회하는 금액이고 보니 본당 자립이란 참으로 요원하기만 하다.
본당에서 벌이는 각종 행사 및 사업 혹은 길흉사에 참여하는 숫자도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의 극소수이다.
교회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전교에도 특정인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피안의 화재 격으로 그저 무심히 바라만 볼 뿐이다.
불우한 교구 및 이웃에 대해서도 조직적이고 집중적으로 발 벗고 나서질 않고 형식에 치우치는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교회 발전은 백년하창 격이고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좀 더 솔직히 말해 그저 마지못해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신자로서의 본분을 다한 양으로 친다.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미사 중『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하고 가슴을 두드리며 입으로는 중얼거리며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현실이다.
미사가 끝날 때 사제가『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하면『천주께 감사합니다』하고 천연스럽게 응답을 하면서도 성당문 밖을 나서기 무섭게 언제 그랬느냐는 듯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현실이다.
이런 편국에 교회 발전을 외치고 기대한다는 그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느님 사업은 2천년 가까이 계속되어왔고 앞으로도 이 세상 끝마칠 때까지 영원히 계속되는 만고불변의 엄숙한 지상명령이요 대전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중단하거나 후회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교회사업이다. 따라서 평신도 사도직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사목회장은 위로는 본당신부를 보좌하고 아래로는 신자들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사목회장은 철저한 희생정신으로 몸을 아끼지 말고 일할 수 있는 신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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