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6월「로마」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자 윈스턴ㆍ처칠을 비롯한 많은 정치 외교가와 군인 시민 및 성직자들은 교황 삐오 12세에게 감사를 드리러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그러나 전후시기는 삐오 12세에게 암울한 그림자만을 안겨다줄 뿐이었다. 유럽 전역이 폐허화되고 수많은 전란민들이 허탈 상태에 빠져 재기의 용기를 잃고 있으며 국민들 간의 증오와 가난과 기아문제가 세계를 엄습하고 있었다. 더욱이 공산주의자들이 유럽 수 개 국가를 장악하게 된 때였다.
삐오 12세는 UN의 원칙과 지향에 따라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1951년에 교황은 평화가 자신의 지상목표라고 밝히면서『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평화를 위한 끈임없는 노력보다 더 신성하고 만족스런 의무는 없다』고 천명했다.
그 후 교황은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정의와 자비에 입각한 사회 질서와 도덕률의 준수를 누차 역설했었다.
삐오 11세와 같이 교황은 공산주의에 대한 자신의 반대 입장을 계속해서 강력히 표명했다. 교황은 루테니아 중국 및 발칸제국에 있어서의 교회의 무자비한 박해를 단죄했다.
특히 헝가리 공산 정부가 민첸티 추기경을 종신형에 처한 직후인 49년 7월에 발표한 선언에서 교황은『누구든지 공산주의의 반(反)크리스찬 교리나 유물주의를 신봉ㆍ수호ㆍ선전하는 가톨릭 신자는 교회에서 파문된다』고 못 박았다.
공산주의로부터의 신앙의 수호 이외에 교황은 칙서와 법령들을 통해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도입되고 바오로 6세가 추구한「교회의 현대 적응」의 기초와 방향을 제시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 성서 연구의 대헌장」으로 일컬어지는 회칙「성령의 영감」을 통해 교황은 가톨릭 학자들의 새로운 성서 연구를 촉진시켰으며 히브리어와 희랍어 성서의 번역을 공식으로 허락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리스도 신비체에 대한 교리와 실천, 전례와 성음악 성주간 예절의 개정, 1961년 1월 1일부로 효력을 발생토록 한 미사 전례의 혁신 및 영성체 전 단식의 완화 등을 통해 교회 전례생활의 발전의 씨를 뿌렸다.
그는 또 수 세기 동안 이태리인들의 독무대였던 추기경단의 국제화를 단행했다. 그는 7년 간격으로 열린 2회의 추기경단 회의에서 아시아ㆍ동방지역ㆍ미국 및 유럽을 대표하는 56명의 추기경들을 교회 최고 통치기구에 등용시켰다.
아울러 교황은 성모 마리아의 승천 교의를 선포하고 여왕이신 마리아와 노동자의 주보 성요셉의 축일 제정했으며 성모 마리아의 무염시태 교의선포 1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53년 12월 8일부터 이듬해 12월 8일까지를「마리아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교황으로서의 제임 19년 동안 삐오 12세는 국가의 기능을 비롯, 전교ㆍ그리스도의 신비체ㆍ성서ㆍ전례와 성음악ㆍ공산주의ㆍ교회 교도권을 해치는 거짓 여론ㆍ라디오ㆍ영화ㆍ텔레비젼의 비도덕 등 광범위한 문제에 걸쳐 41개의 회칙 및 서한과 1천 회 이상의 공식 연설을 가졌다.
교황은 당시 1천6백96개의 교구 수를 2천48개로 증설했으며 중국ㆍ버마ㆍ아프리카 지역들에 교계를 신설하고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주교를 처음으로 서품하기도 했다.
역시 재임 기간 동안 그는 교황 삐오 10세와 성녀 마리아 고렛띠를 포함, 33명을 성인품에 울렸으며 1백64명의「하느님의 종」들을 복자품에 올렸다.
삐오 12세는 한마디로 모든 면에 탁월한 교회 지도자였다. 용덕이 뛰어난 신심 깊은 영성가로 교회사에 있어 불후의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자기에게 위탁된 하느님의 백성들을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바치다 1958년 10월 9일「로마」근교「까스뗄 간들포」교황 저택에서 82세를 일기로 영원한 주의 품에 안겼다.
금년은 바로 교황 삐오 12세의 탄생 1백 년이 되는 해이다. 비록 서거한 지는 불과 18년에 지나지 않지만 그를 복자품에 올리려는 노력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삐오 12세의 시복 청원인으로 시복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예수회의 몰리나리 신부는『추진작업은 순조로이 진행 중에 있다』면서 지금은 전 세계 각지로부터 수집한 삐오 12세에 관한 모든 자료들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도 지금까지의 시복 추진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 요소로 대두됐던『삐오 12세는 유태인 학살 사건을 사전에 알고도 침묵을 지켰다』고 주장하던 일부 인사들의 주장이 사실 무근임이 밝혀져 교회는 미구에 새로운 성인의 탄생을 맞게 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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