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사건의 신학적 반성
①우선 십자가는 비극적 종말입니다.
②무엇보다 값진 것은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아래서도 포기하지 않으신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입니다.
③그러나 삶이 허무로 완전히 무너진다면 사랑인들 소용이 있겠습니까? … 죽음으로 모든 것이 허무로 끝난다고 하면 일체의 의미와 일체의 인간 윤리 행위를 근본적으로 뒤엎게 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을 아끼는 일에 전적으로 헌신하셨습니다. 당대 사람들, 특히 지도급 인사들이 충격을 받을 정도로 진실과 사랑을 외치고 구현하는 데 전심전력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불안을 안겨주는 위험한 인물로 보였습니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처세술을 익힌 사람들은 보통 자기 명(命)을 다 누리는 반면에 철저하게 영혼과 이웃과 가치 등을「위하는 삶」을 영위한 사람들은 흔히 비명에 갔습니다.소크라테스, 마하트마 간디, 디트리히 본회퍼, 마르틴 루터 킹 같은 분들이 두드러진 예입니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이질분자를 제거코자 하는 것은 경화된 인간 사회의 생리입니다.
예수님도 위험이 다가옴을 예감하시고 때때로 제자들에게 예고하셨습니다. 그는「여우」같은 군주가 무슨 협박을 하든 한동안 소신껏 활동하시다가 끝장을 볼 각오를 하셨습니다. (루까 13ㆍ31~32) 최후만찬 때 예수님은 당신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것을 절감하셨습니다. 빵과 포도주를 따로 축성하신 것은 몸과 피가 갈라질 것을 뜻하는 상징적 행위였습니다.「겟세마니」에서는 죽음을 예감하시고 지극히 고민하십니다. 죽음의 잔을 거두어 주시길「압바」에게 호소하시고 즉각『내 뜻대로 마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를 덧붙이셨습니다. 원하셨다면 예수님은 해방절에「예루살렘」으로 순례 온 군중들 사이로 잠적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걸어가신 길을 죽음으로써 날인하는 것이「압바」의 뜻임을 의식하시고 목요일 저녁에 조용히 체포되셨습니다. 금요일 아침 유대 최고의회는 예수님이 하느님을 모독한 죄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유대 최고회의는 사형 언도를 내릴 권한이 없어 예수님을 빌라도 총독에게 압송하여 엉뚱하게도 정치적인 죄목으로 고발했습니다. 로마 황제의 허락도 없이「유대인들의 왕」으로 자처했다는 죄목을 뒤집어 씌웠습니다.
예수님을 처단코자 주력한 사람들은 유대 지도급 인사들. 특히 고급 제관들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다 그렇듯이 군중은 지도급 인사들의 충돌을 받는 대로 움직였습니다. 철석 같이 믿었던 스승이 십자가에 달리자 제자들은 모두 도망갔습니다. 백성과 제자들에게 버림 받은 심정으로 예수님은 이승을 마쳤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 없는 고독을 맛보시면서. 소리를 지르시고 비참하게 아버지를 찾으시며 숨을 거두셨습니다. 철저하게 하느님을 섬기고 끝까지 사람을 아끼신 분의 죽음 치고는 너무나 처절하다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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