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ㆍ최석우 신부)와 가톨릭문화선양회(회장ㆍ류현석)는 6월 4일「한ㆍ불 수교 1백주년」을 기해 문화사절단을 구성ㆍ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본부를 방문했다. 파리외방전교회본부와 함께한「한ㆍ불 수교 1백주년 기념행사」는 공식수교 50년 전 부터 함께 목숨을 버리면서 신앙을 사수한 한ㆍ불 교회 순교자들의 고귀한 정신을 되새기고 아울러 1백50여년에 걸쳐 이어진 한ㆍ불 교회의 전통과 역사를 재조명하면서 특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양국교회 관계를 모색하는 값진 계기를 마련했다. 본보는 문화사절단과 함께 파리외방전교회를 방문 한ㆍ불 수교 1백주년 기념행사를 취재한 이윤자(李潤子)취재부장의 참가기를 연재, 한ㆍ불 수교 1백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수교의 길을 트기까지 피로 다져진 한ㆍ불교회의 참모습을 재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음화 3세기를 향한 한국교회의 미래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註))
6월4일은 한ㆍ불 양국 간의 공식수교가 이루어진지 꼭 1백년이 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한ㆍ불 통상조약」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이날의 관계는 시련과 어두움 속에서도 이미 5여 년 전 부터 신앙과 함께 이어져온 두 나라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희망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한국교회사 연구소와 가톨릭문화선양회가 중심이 되어 마련된 한ㆍ불 수교 1백주년 기념행사는 6월 4일「한ㆍ불 통상조약」이 이루어진 바로 그날, 파리외방전교회 본부에서 거행됐다. 6월4일 아침 파리는 파리의 초여름답지 않게 잔뜩 찌푸렸고 간간이 빗방울마져 뿌려댔다.
최석우 신부와 김진소 신부를 지도신부님으로 모시고 단장 류현석 변호사 등 모두 25명으로 구성된 문화사절단 가운데 여자들의 경우 취재기자인 나 까지도 모두 한복으로 단장하자 우울한 듯 한 날씨는 한결 화사하게 바꾸어졌고 우리의 마음도 활짝 개어버렸다.
오전 10시 정각 양국 교회의 우의를 확인하는 기념행사는 파리시내 뤼드박에 있는 파리외전 본부 성당에서 막이 올랐다. 공교롭게도 그때 파리외전은 세계총회를 소집 중이었으며 따라서 역사적인 기념미사에는 파리외전 측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뀌니히권 신부가 대표로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30년이 넘게 사목활동을 편 바 있는 뀌니히 권 신부는 거의 정확한 한국어로 일관, 참가자들을 기쁘게 만들었고 사절단 중 최 신부를 비롯, 몇몇은 눈물이 글썽한 체 구면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기념미사를 주례한 최석우 신부는 강론을 통해『오늘 우리문화사절단은 1백50년 전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목숨을 내놓아야하는 동방전교지로 떠나기 위해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감회 깊은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고 전제, 『우려는 이제 그같이 용맹했던 파리외전의 전교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주는 교회」로서의 모습을 찾고 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기념미사에는 다른 목적으로 파리를 방문한 한국인 신자 10여명이 합세, 기념행사의 의의를 한층 빛내주기도 했다.
미사에 이어 강당에서 마련된 기념행사는 양국교회참가자들이 순교로 맺은 신앙의 결속을 거듭 확인하면서 보다 짙은 우의를 바탕으로 세계교회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다짐의 자리로 승화, 감격의 분위기를 더했다.
파리외전 측에서 부총장 오시뇰 신부와 권 신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한국교회 측에서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어진 기념식에서 최석우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을 대신해 한국교회의 작은 정성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 다시 한 번 굳은 우의를 확인케 해주었다.
비록 한국교회 전체가 떠들썩하게 함께하는 행사는 아니더라도 또 화려하게 치장한 선물은 아니더라도 2백만 신자들의 감사의 마음을 충분히 담은 감사패는 조촐하지만 진솔한 마음들이 함께한 기념행사의 의의를 환히 밝혀주는 촉매제가 되었다.
부총장 오시뇰 신부는 감사패를 받은 즉시 감사의 인사를 통해『오늘 자신은 선배 선교사들이 흘린 피의 보람을 지금 눈으로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감격해 하면서『한국교회는 이제 세계교회 안에서 풍요한 성소를 바탕으로 베푸는 교회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외전 측은 이날 또 하나의 기대치 못한 선물을 받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것은 파리외전 순교자들과 함께 순교의 영광을 차지했던 전주의 순교자 성 정문호와 성 한원서의 묘토 일부. 전주교구를 대표해 한국 성인들의 묘토를 전한 김진소 신부는『성인의 탄생은 모든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친 희생과 봉헌의 결실로 드러난 영광』이라고 강조하고『한국성인의 유해를 나눔으로써 앞으로 보다 결속된 형제교회로서 양국교회의 문화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출국의 어려움 등 좋지 못한 여건 속에서 힘겹게 이루어진 이날의 행사는 소박했지만 과거를 소중히 하는 가운데 새로운 미래를 열기위한 한국교회의 알찬 의지를 조용히 펴 보이는 중요한 계기를 이루었다.
뿐 만 아니라 세계교회 안에서 한국교회가 차지하는 위치와 사명을 거듭 확인하는 각성의 자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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