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러 해 전이었다. 성작(聖爵)을 한 번 만진 일이 있다. 성작을 보기야 많이 보았지만 만지기는 처음이었다.「보이론」대수도원에서 제구를 맡아보는 친절한 수사 한 분이 제의실 보물을 내보여 주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그 성작은 널찍한 발을 딛고 서 있었다. 날씬한 대는 곧장 힘차게 솟아오르면서 떠받치는 힘 이눈에 보이듯 했다. 한 반 더 올라가서 또렷한 손 같이 매디가 있었고 다 올라가서 작은 데가 그 힘을 마무리해 모으는 데에서는 맵씨 있는 잎이 손바닥처럼 고르게 피어 있고 그 가운데에 성작의 핵심인 잔이 들어앉아 있었다. 그때 나는 얼마나 그 거룩한 신비를 느꼈던가. 든든하고 깊은 바탕에서부터 힘을 한데 모아 솟아오른 대에서 한 송이 꽃 같이 피어나 받아들이면서 간직하는 모습이었다. 오 조촐하고 거룩한 신비여. 금빛 못에 신성한 방울을 받아 순전한 불이며 순전한 사랑인 저 풍요하고 감미로운 피의 헤아릴 수 없는 신비를 고이 담은 그룻이여. 이렇게 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니 생각이라기보다 느끼고 보고 있었다. 여기 이것이 우주 자체가 아닌가 하고 궁극적으로는 단 하나의 뜻밖에 없는 창조가 여기 있지 않는가 하고. 살아있는 인간. 그의 넋과 몸. 맥박 치는 심장이 모두 여기 있지 않는가 하고. 아우구스띠노의 위대한 말씀대로 나의 인간성의 가장 깊은 본질은 내가「하느님을 손에 쥘 수 있는」데 있지 않는가 하고. (분도출판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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