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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가톨릭의 교육사업은 개신교에 못지 않은 공헌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를 논하기 앞서 우리나라의 근대교육을 언급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기독교와 근대교육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모든 교육사는 기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독교 발달의 선국적이며 중추적 역할을 한 가톨릭의 공헌에 대해선 극히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근대 교회와 교육에서는 가톨릭 교육사업의 한국 교육사적 위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ㆍ崔석우 신부)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17일「구한말 천주교회의 교육사업에 관한 고찰」이란 제목으로 연구 발표회를 갖고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은 「빠리」외방전교회 문서ㆍ뮈델 문서 등 未公開 교회 기록들을 토대로 金治車 神父(서울교구ㆍ東星高校 교사)가 舊韓末 가톨릭의 교육사업을 ①神學校敎育 ②師範敎育 ③一般敎育으로 분류 고찰하면서 공헌을 재평가한 내용이다.
한국의 신학교육은 1856년 堤川에 세운 배론신학교를 시초로 1885년 현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부평리에 세웠던 신학교에 이어 서울 용산신학교 현 가톨릭대 신학부로 이어진다. 신학 교육은 성직자 양성의 필요에 따라 대부분「빠리」외방전교회 소속 신부들에 의해 운영되었지만 1887년 봄에 세워진 용산신학교는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에서 대학 교육과정을 갖춘 최초의 대학이었다.
1836년 12월 사제 수학차「마카오」에 유학한 김대건 최방제 최양엄 세 신학생은 이조시대에 해외에 보내진 최초의 유학생이며 우리 역사상 처음 서양 학술을 배운 선각자들이다. 교회는 이후 1886년까지 총 38명의 유학생을 말레지아「페낭」신학교에 보냄으로써 유학과 대학 체제 확립 방면에 선구적 공헌을 남겼다.
신학 교육과 함께 이미 1885년부터 근대적 학교 설립에 착수한 천주교회는 1910년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129개교의 각종 학교를 가지게 된다.
1906년 보통학교령에 따라 유면허 교사를 대량 필요로 하게 된 교회는 당시 관립 한성사범학교 출신 교사의 획득이 어렵자 1911년 성베네딕또회를 유치, 서울 혜화동에 사범학교를 설립했다.
이 사립 사범학교는 지원자 부족으로 2년 후 폐교됐지만 당시 교회가 운영하던 사립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의 총체로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는 1885년 이전에 이미 학문학원으로 불리우는 초등 교육기관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빠리」외방전교회 문안에 따르면 이 학원은 국어와 한문의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고 있었으며 특히 국어를 교수 요목으로 했던 것은 당시로는 이 학원 하나밖에 없었다.
1885년은 배재학당이 세워진 해인데 이때 배재학당 교과목에는 한문은 있어도 국어는 들어 있지 않았다.
한문학원을 효시로 초등 교육기관은 양적으로 팽창, 1893년엔 21개교(학생 2백9명) 1904년엔 87개교 6백78명으로 늘어나며 이 시기에 서울 인천, 황해도 지방에 여학교가 세워진 것은 교육 사상 큰 의의를 던져준다.
개신교에서 세운 이화학당처럼 독립된 여학교는아니지만 교회 안에 남학교와 독립되어 운영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설립된 학교로는 일반 문헌에 서울의 약현학교(1901) 인천의 박문학교(1900) 경기도 화성의 광성학교(1892) 강원도 횡성의광등하교(1896) 외에 대구 평양 황해도 부산 지방의 학교에 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이때 지방별 학교 수는 서울 4 경기 28 충청 6 강원 19 전라 17 경상 8 황해 29 평안 16 함경 4개교로 1백29개교이며 1910년 사립학교령에 따라 인가 받은 학교만도 46개교에 이른다. 가톨릭은 개신교에 비해 재정적으로 인적 사정으로 규모는 작아도 여러 면에서 공헌했음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사에서 극히 가볍게 다루어진 것은 ①신자 분포가 지방에 분산되어 정규 규모의 학교 설립이 어려웠고 ②오랜 박해 관계로 교육사업에 대한 공식 기록을 피하고 사료의 공개가 금지되어 있었고 ③이 방면의 연구가 부족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이 방면에 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사상 내용에 대한 고찰과 개신교와 천주교 교육사업에 대한 비교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며 구한말에 설립되어 존속되는 학교들의 설립 연대에 관한 정확한 고증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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