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낳은 시인 에드가 랭포우는 미국에서보다도 보들레르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었고 그때 그는「후리솜 누보」(새로운 전률)란 말을 썼다. 그리하여 포우는 보둘레르한테 어느 면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하겠다.「후리솜 누보」-우리는 이 말을 여러 면에서 체험할 때가 있다.
언제부턴가 노상 수도물만 마셔왔던 우리들은 어쩌다 무주구천동 같은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바위 틈에서 밤낮으로 새롭게 보다 새로운 빛깔로 그 맛으로 끊일 새 없이 솟아오르는 물을 마셨을 때 혀 끝에 쨍-하는 그 감각뿐 아니라(오랫동안 자연에서 이탈한 채 흡사 죽음으로 몰아치는 미로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공해의 도시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조차 잘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의 존재 자체에다 뭔가 그 뿌리에서 일깨우는 새로운 놀라움을 준다.
또 그때 우리는 아득히 잊었던 고향 같은 것을 생각하기도 막론하고 끝없는 하늘 아래서 살고 있지만 과연 우리들은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늘을 쳐다보는 것일까 설사 보았다고 해도 하늘의 의미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 걸까. 누구를 막론하고 대지 위에 두 다리를 딛고 살고 있지만 과연 몇 번이나 그 땅을 보며 그 다리 밑으로 한없이 뻗어 있는 존재의 모체로서의 재지의 의미를 느껴 보았을까. 이처럼「새로운 전률」이란 그간 수천억의 인류가 살다 죽고 또 산다고 해서 모두가 그 삶을 깨달은 것이 아닌 것처럼 모두가 분명히 살았는데도 살고 있는데도 무지무각 속에서 산 그 삶이 문득 어느 말씀에서, 시에서, 새소리에서, 물소리에서 자기 존재를 의식하는 깨달음의 신선함 그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한테 특별히 사사한 일도 없는 골라우디아 이해인 수녀가 펴낸 처녀시집「민들레의 영토」를 읽었을 때 나는 일종의「후리솜 누보」같은 것을 느꼈고 아울러 그 시는 노상 민들레꽃을 보면서도 한 번도 그 고향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나에게 혹은 우리들한테 단순한 꽃의 고향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고향을 생각케 한다.
첫째 그 시는 소독을 해야만이 마실 수 있는 수도물이나 코카콜라 같은 음료수처럼 관습적인 언어로 된 너무나도 많은 기성시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언어의 신선함 기교에 의해 조작된 조화 같은 언어가 아닌 혹은 너무나 아름다운 말만 골라서 유창하게 흘려 놨을 때의 오히려 그 따분함이 아닌 신선함을 주고 있는 것이 그 시들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놀라움이라 하겠다.
사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는 인류적 고통 속에서의 위대한 놀라움이라고 하겠다.
그 탄생부터가 놀라움이며 바다 위를 걷는 그 권능으로서 끝끝내 십자가의 고통을 견딘 것도 놀라움이요 더욱 무덤을 헤치고 부활한 것은 최대의 놀라움이라고 하겠다. 십자가의 고통을 견딘 그 놀라움 없이 부활의 놀라움을 생각할 수 없다. 또한 그 일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위대한 최고의 시인이라고 하겠다. 그의 설법은 모두가 시적 비유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부「민들레의 영토」2부「부르심」3부「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로 되어 있는 시집「민들레의 영토」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한 수녀의 갈구, 갈등 소망을 읽을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한 수녀의 종교적 체험은 보편적인 인간들한테까지 스스로의 삶을 돌이켜보는경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그 갈구 갈등 소망은 때로는 그것마저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통해 때로는 마리아와 직접 대좌한 자리에서 때로는 자기와 수녀와의 대결을 통해 때 묻지 않은 진실의 언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언어는 사랑에 이바지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이 시집은 우리들한테 새로움과 놀라움을 주고 있는 진흙 속에서만 피는 연꽃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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