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회장에 피선된 후 인사말을 통해 교우들에게 강조한 것은 본당 운영에 관심을 갖자고 호소한 것이다.
일반 신자들은 교회를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혹은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그 자체에만 치우치는 감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교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교회가 가장 중요시하는 사업은 어떤 것이냐 하는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무관심하다.
교회는 신부들과 사목회 임원 몇 사람이 운영을 전담하는 정도로 착각하는 신자들도 있다.
교회의 주인은 바로 모든 신자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본당 운영 전반에 걸쳐 무관심함은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성당 지붕이 새고 마리아상 칠이 벗겨지고 철색이 망가지고 제의실 회벽이 퇴색해져도 변소가 부서져도 이런 데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어디 그뿐이랴! 주님사업에 가장 으뜸인 전교에도 등한히 한다.
마치 전교란 신부 및 사목위원회 임원 몇 사람의 전유권인 양 그릇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무금 납부에 있어서도 십일조란 두 눈 뜨고 찾아보기도 어렵다.
십일조는 커녕 삼십일조에도 인색하다.
월 2~3백 원짜리 교무금이 수두룩하고 이것마저 아예 몇 년씩 안 내고 지내는 강심장(?) 신자가 한둘이 아니다.
하기야 아이들에게는 일이백 원씩 쉽게 군것질을 시키면서도 교무금에 대해서는 일 원 한 푼도 내겠다고 적어내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그에 비하면 약과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교무금 및 주일 헌금 총액 중 5%를 교구에 보내는 것을 모르고 옛날만 생각하고는 어디선가 지원 자금이 막 굴러 들어오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기도 하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에 깊은 우려를 갖게 된 나는 그 원인을 다방면으로 분석한 결과 신자들이 교회 운영 전반에 걸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무관심을 관심으로 뒤바꾸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무관심에서 관심을、다시 말해 신자들의 의식 구도를 쇄신하는 작업이 가장 급선무라고 판단한 끝에 창안해낸 것이 교회 내 조직을 개편 보완하여 체계화할 수 있는 조직 강화 방법이었다. 소극적이었던 사목위원회 및 반상회 그것도 안건이나 있어야 개최되고 개최되어도 성원 미달로 전임자들을 애태우던 고식적인 방식을 과감히 척결해야 하는 용단이 필요했다.
미흡하긴 했지만 공식기구를 전면 개편 체계화를 위한 조직 착수에 들어갔다.
우선 총회에서는 사목회 회장단만 발표하고 각 부서 부서장은 대상 인물을 선정한 뒤 대상 인물을 개별 방문 접촉하여 설득으로 이해와 협조를 얻은 뒤 결속을 다짐받고 선정 발표하였으며、청년회 성모회는 그들 모임 자체에서 민주 방식에 의해 선출된 회장을 부장대우로 사목회에 참여시켜 후일 교회를 맡아갈 젊은 층과 대화를 가능하게 했고 부녀자들에게도 교회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주게 된 것이다.
반장회 구성원인 반장들은 본당 신부의 뜻을 최대한으로 존중 엄선하여 참으로 일할 수 있는 포도밭의 일꾼들을 택하여 당사자의 승락을 받아 확정했고 종래의 15개 반 중 취약성이 있는 반을 통합 11개 반으로 편성 1인 1반을 담당케 했는데 반 자체 조직도 더욱 세밀화 했다.
그것은 반 운영을 효율적으로 수행케 하기 위해 일종의 사회 계(契) 성격을 가미하여 조직을 했다.
우선 반회 운영 규약을 채택케 하고 규약대로 반회 운영을 주도할 회장ㆍ총무ㆍ감사 각 1인을 자체에서 선출케 하였다. 결과적으로 볼 때 본당에서 임명한 반장과 각 반 자체에서 뽑은 3명 (회장ㆍ총무ㆍ감사) 을 합쳐 모두 4명의 일꾼이 한 반을 맡아 이끌어가게 되었으니 이는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획기적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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