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물학자 가운데 제닝(Jenning)이란 사람이 있었는 데 이 사람은 여러 가지 동물들을 가지고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서 아주 재미있는 실험 보고가 있는데 나팔벌레의 영혼에 관한 보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에 의하면 나팔벌레는 나무에 구멍을 뚫고 서식하는데 그 놈이 어떤 영문인지는 몰라도 숭흥수를 대단히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그래서 그 나팔벌레의 집(구멍) 한쪽에 숭흥수를 떨어뜨려 놓으면 절대로 그 숭흥수가 떨어진 곳으로 몸을 내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쪽에 숭흥수를 떨어뜨려 보아도 숭흥수를 피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지막엔 그 구멍 가에다 숭흥수를 마치 여자의 입술에 루우즈를 바르듯이 동그랗게 발라 놓고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나팔벌레는 기어나오다가 구멍 가에 숭흥이 발려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은 자기 몸을 밖으로 던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놈은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말았습니다. 이 나팔벌레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나팔벌레를 관찰하고 또 관찰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생각한 것입니다. 도대채 이 나팔벌레는 왜 숭흥을 싫어하는 것이며 피하려고 하는가? 숭흥이 만약 자기의 몸에 해(害)가 된다면 그것은 어떻게 알아내었단 말인가? 가령 경험에 의하여 숭흥의 나쁜 것을 알았다고 한다면 그렇다고 다음에 숭흥임을 판명한 것, 해로움을 식별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주어진 것인가? 나쁘니까 징계(懲戒)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징계심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팔벌레의 간단한 한 가지 행동에도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수많이 있는 것입니다. 어찌 나팔벌레만이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항차 사람의 경우에야 더 무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나팔벌레가 영혼을 가졌다고 제닝(Jenning)은 말했던 것입니다.
인간이 나팔벌레보다야 더 심층적이고 정신적이고 영혼적이라고 해서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인간을 간단히 물질적이다, 자연적이다, 과학적 설명 가능의 존재라고 우겨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러한 영혼이나 이성을 인간의 특징으로 보려고 한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양의 과학자들 가운데서도 이러한 인간의 영혼적 특성을 강조한 학자들은 수없이 있습니다. 오늘날 20세기 교육학에 있어서 그의 경험주의 사상으로 전 세계에 바람을 일으킨 미국의 죤 듀이 같은 사람도 아동이 학교에 올 때 육체만 가지고 오는 것도 아니고 정신만 가지고 오는 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육체적이며 정신적이란 뜻입니다. 이와 같은 것이 우리 교육활동 가운데 가장 잘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특히 위에서 말씀드린 가치지향성에서 나타난 바 있듯이 자기 육신을 위한 활동에서 점차적으로 자기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그 이익이 정의(正義)에 입각한 것인지 아닌지를 행동 기준으로 삼는 단계에까지 이릅니다. 이런 것은 유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혜왕(梁惠王)은 맹자(孟子)에게 말했습니다.『이렇게 먼 곳을 멀다 아니하고 찾아 주었으니 필시 우리나라에 유익함이 있겠구려』한 데 대해 맹자는『임금님, 어찌 이익 되는 것만 생각하십니까. 의(義)를 생각하는 것이 이(利)보다 더욱 가치 있는 것인데』하고 말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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