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물건을 주인 몰래 사용해도 도둑질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윤리신학의 이론에 의하면「극단의 필요성」이 요구될 땐 남의 물건을 훔쳐도 도둑질이 안 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위「극단」의 의미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 예컨대 배가 고파서 굶어 죽게 될 경우, 구체적인 실례로 전쟁 중 피난길에 먹을 것도 없고 지쳐서 죽게 될 경우 남의 전답에 있는 과일이나 곡식을 먹어도 죄가 안 된다.
그 이유는 모든 자연은 인간의 생명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개의 과일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모든 물건은 공유할 수 있다고 하다.
다음에는 남에게 분명히 받을 것이 있는데 주인이 그것을 고의로 주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그만한 액수의 물건을 주인 몰래 가져도 도둑질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주인 몰래 가졌으면 윤리신학의 용어로 비밀상쇄(秘密相殺)라고 한다. 그런데 이 뜻을 잘못 알면 큰 폐단이 있을 수 있다. 비밀상쇄가 되기 위한 조건을 첫째로 받을 것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대강 짐작으로 생각한다든지 또는 의심스러운 것이면 안 된다. 두 번째는 그것을 달리 받을 수 없는 경우여야 한다. 제3자의 중재나 법적절차로 받을 수 있다면 그 방법을 따라야 한다. 세 번째는 상쇄되는 것이 같은 종류의 것이어야 한다. 국산라디오인데 외제로 가져올 수 없으며 더군다나 명예훼손을 당했는데 대신 물건으로 가져올 수 없다. 네 번째 비밀리에 내가 받아야 할 물건에 해당되는 주인의 물건을 가져왔는데 후에 그 주인이 내 물건을 반환해주면 내가 가지고 온 것도 반환해주어야 한다. 이런 경우 남의 물건을 주인이 모르게 비밀상쇄로 가져왔는데 이것을 반환한 경우 서로의 인간관계가 묘하게 되고 너무나 어색할 경우에는 그것을 비밀히 반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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