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는 교회 공간이 하느님을 말해준다. 성당은 하느님 것이고 거룩한 현존으로 차 있다. 세속에서 구별되어 벽과 천정으로 에운 하느님의 집이 아닌가. 이 공간은 숨은 것을 중심으로 안을 향해 있다. 하느님의 신비를 말해주는 공간이다.
그러면 밖의 공간은 무엇인가 지평선 저 너머 사방으로 한없이 펼쳐지는 세계는 다 무엇인가. 또 끝없이 위로 솟은 저 높이는 무엇이며 산에 에워싸여 잠자듯 깊이 깔린 골짝의 세계는 어떤 것인가 이런 모든 세계는 성전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하느님 성전에서는 탑이 하늘로 우뚝 솟아 말하자면 대기를 하느님 것으로 차지한다. 그 탑 안에는 묵직한 청동 종들이 달려 있다.
돌에 가로질린 돌대에 매달린 종들은 그 잘 생긴 몸을 흔들며 방방곡곡에 소리를 울린다. 밝고 빠르게, 묵직하고 우렁차게 또는 깊고 긴 여운을 남기며 파도치듯 퍼진다.
사방으로 흘러나가 성전의 전갈을 한다.
그것은 광막한 데를 향한 전갈 한계와 끝을 모르는 하느님의 전갈 그리움과 무한한 성취의 전갈이다. 광막한 데로 열린「그리움의 인간」을 부르는 목소리다. 그렇다. 우리는 종소리를 들을 때면 아득히 먼 데를 그리게 된다. 종각에서 울려나와 지평 너머 사방으로 무한히 퍼질 때면 우리의 그리운 마음도 종소리를 따라 멀리멀리 떠난다. 그러다가도 이 그리움이, 하늘과 땅이 닿는 저 푸른 지평 너머에서가 아니라 안으로 다시 들어가야 채워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산 위에 있는 성당 종소리가 고을로 울려퍼져 내려가거나 푸른 하늘로 올라갈 때면 가슴 속이 온통 시원해지고 생각보다 넓음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종소리가 먼 숲 속에서부터 어스름한 녹색 적막을 뚫고 아득히 멀리 들려오면 오래 잠자던 것이 다 깬다. 벌써 잊었던 것이 다시 떠올라 문득 일어서서 귀를 기울이면서「저것이 무엇이었지-무엇이더라」하고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럴 때면 아득히 멀고 넓은 세상을 느낄 수 있다. 영혼이 날개를 활짝 펴듯 저 멀리까지 가 닿을 듯 무한에서 오는 아득한 부름에 대답하는 듯 느껴진다.
종소리는 말한다.「세상은 이렇게 넓단다-이렇게 그리움에 차 있단다-하느님은 부르신단다-하느님 안에만 평온이 있단다-」
주여 내 영혼은 이 세상보다도 넓습니다. 또 그 갈망은 그 어느 골짝보다도 깊습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저 멀리 삭아가는 종소리보다도 아픕니다. 주여 오직 당신만이 내 영혼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당신만이··· 〈끝ㆍ분도출판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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