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0시 50분에 걸려온 전화벨소리는 쇳덩이만큼이나 무겁다.
『네에, 나눔의 전화입니다』
『저어어, 거기서는 아무 얘기를 다해도 괜찮은가요?』
『네에, 어떠한 이야기라도 다 좋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러나 상대방의 이야기는 끊어진 줄처럼 잠잠하기만 하다.
서울대교구 사회복지회 산하「나눔의 전화」는 최근 이와 같은 봉사자들의 체험담을 담은 상담수기「자신을 나누는 사람들」제1 집을 펴냈다.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친근한 이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거울이 돼왔던「나눔의 전화」가 봉사자들의 생생한 체험과 느낌을 담아 처음으로 펴낸 이 책은 발간과 함께 교회내외에 작은 충격과 신선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금년 9월 5일「나눔의 전화」개설 3주년을 앞두고 발간된「자신을 나누는 사람들」은 그동안 나눔의 전화가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고통 받는 이들의 벗으로 확고히 자리를 넓혀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중요한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 사회복지회 회장 최선웅 신부의 권두언을 비롯 총 41편의 수기 및 사례를 싣고 있는 이 책은 신앙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에서부터 복잡한 부부관계로 괴로워하는 주부, 성(性) 및 학업문제로 고민하는 10대, 사업실패 등의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대인들을 소개, 인간사회의 보이지 않는 번민의 세계가 얼마나 크고 깊은가를 한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봉사자들은 처음 시작 때부터 3년간 장시간 24시간 교대로 귀를 열고들은 그리고 아픔의 동참자로서 나눈 대회내용 등을 싣고 있는데 대부분의 봉사자들은『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았다』『직접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점이 너무 안타까왔다』 고 술회하고 있다.
그들은 3년간 봉사활동 중 가정문제에 대해 상담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데 공감하면서 더 큰 아픔이 사회에 만연돼가기 전에 가정성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가정 내 부부문제와 자녀문제가 비단 미신자가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자가정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음을 볼 때 더욱 시급한 문제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봉사자들은 신앙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상담을 의뢰받았다고 밝히면서 교회의 대형화, 물질우선주의로 인해 그 속에서 남모르는 갈등과 신앙의 회의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이성문제, 학업문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방황하고 있다고 밝힌 봉사자들은 그들의 문제가 의외로 깊고 큰 만큼 가정에서부터 근본적인 치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청소년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봉사자들은 자신들의 3년간 봉사활동 중 가장 아프고 심각하게 느낀 점을 ▲신앙 ▲가정 ▲금전문제로 꼽고 이의 치유를 위한「사랑」을 최선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나눔의 전화책임자 최선웅신부는『봉사자들이 상담의뢰자의 말에 성실하게 귀를 기우려 주는 행위자체가 바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나눔의 행위』임을 전제하고『하느님께서는 틀림없이 이들 봉사자들을 도구로 삼아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씻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눔의 전화 개설 3년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봉사자들의 기도와도 같은 헌신, 아픔을 함께하려는 자세 등으로 나눔의 전화는 진정 고통 받는 이의 편임을 확신하게 됐다』면서『이번「자신을 나누는 사람들」의 발간은 바로 이들의 헌신적 삶을 묶은 현장체험담을 앞으로 나눔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자료로 제공될 것이며 우리사회의 아픔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제시해 주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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