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육을 인간 형성이라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술로써 인간의 행동 전부를 교육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교육은 바로 행동의 수정이요 교육의 성과는 행동 수정의 기술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교육은 마땅히 인간의 변화에만 집착해야 하는 것입니다.『교육에서는 불변하는 것을 찾는다고도 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기대한다고도 하는데 여기 애매한 점은 없습니까?』
불변하는 것을 찾는다는 문제도 옳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옳은 말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불변하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모든 것을 초월해 있는 것이며 변화하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봄에는 꽃 피고 여름은 무성하고 가을은 쓸쓸한 낙엽과 겨울엔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게 됩니다. 변화는 눈으로 역력히 확인되는 바입니다. 그러나 작년에도 올해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큰 것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을런지 모릅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것인지 모릅니다.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해 봅시다. 그것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교육에서 추구하는 것은 결국 가장 큰 것, 가장 인간적인 것이기에 가장 미미하게 생각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불변하는 것을 찾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불변하는 것은 현상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변화하는 잡다한 것 안에 내재하여 있고 그 잡다한 것들이 하나로 융합되어 표현되는 것입니다. 세포가 늘어난다는 것을 성장(成長)이란 말로 표현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아동에게무엇을 가르친다는 것, 또는 아동이 무엇을 학습한다는 것은 어떤 단순한 근육의 움직임이나 운동량의 차이만 가지고 결론 지우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 이야기는 얼핏 생각하면 변화는 당초부터 계획된 것이라서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고 변화는 불변의 원칙을 보다 잘 합리화해 줄 뿐이라고 이해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옳은 말입니다. 교육에서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당초부터 교육은 존재할 땅이 없어집니다. 어떤 종류의 교육 계획이든지 변화를 가정하지 아니하고는 가치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든다, 어떤 기술을 습득시킨다, 어떤 습관을 기른다 등등 교육의 의도는 여러 갈래로 말할 수 있으나 그러한 명제는 타인간의 변화의 범위와 변화의 정도를 표현한 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교육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은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이나 무한정으로 변화 가능한 것이 아니란 점이 곧 그 한계입니다. 생물학적 연구에 의하면 하나의 유전인자는 일천삼백 년이란 긴 세월을 변화일념으로 교배 접종해서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 중간에 조금이라도 주의가 흐트러지면 그 시간은 다시 거기서부터 일천삼백 년을 헤아려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유전이나 소질이란 대강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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