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忍苦)와 영광의 50년-. 사제 성직 수행에 반 세기를 보낸 대구대교구의 박재수(요한ㆍ77) 이기수(야고보ㆍ77) 이성만(이냐시오ㆍ76) 신부 등 3명의 은퇴사제들의 금경축 축하미사가 지난 5월 28일 오전 10시 주교관구 내 성모당에서 봉헌됐다. 한 교구에서 3명의 사제가 함께 금경축을 맞기는 한국 교회 사상 초유의 일로서 이들 격동기 교회의 산 증인들은 이날 수많은 후배사제들과 신자들의 축하의 꽃다발에 묻혀 깊게주름 잡힌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금경축을 맞은 박재수ㆍ이기수 신부를 비롯, 서정길 대주교 이문희 주교 이동호 아빠스와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이날 축하미사에는 수도자ㆍ평신도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는데 거동이 불편한 박재수 신부는 후배신부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장하였고 노환으로 와병 중인 이성만 신부는 참석하지 못했다.
미사 주례를 맡은 이기수 신부는 강론을 통해『여러분은 금경축을 장한 일 같이 생각하지만 지나온 날을 회상하면 오직 부끄러울 뿐』이라고 겸손해하면서 장구한 세월 동안 사제직을 수호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주님의 돌보심과 신자 여러분의 덕분이라고 감사해했다. 이 신부는 또한 요즈음 성모 마리아 공경이 그리스도의 명예 훼손인 듯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한 위험성을 경고,『위대한 어머니 마리아에게 죽을 때까지 매달리자』고 역설했다.
미사에 이어 11시부터 거행된 축하식에서는 교구 사제단 이동호 아빠스 김수학 경북 지사와 각 본당과 단체에서 예물 증정이 있었고 계산동주임 최병선 신부는 축사에 앞서 큰절을 올리고 금경축을 맞은 사제들의 약력을 간단히소개한 후『숭고하고 훌륭하게 한국 교회를 지켜온 세 분 신부님들의 뜻을 받들어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축하식이 끝난 후 서 대주교 이문희 주교를 비롯 여러 후배 사제들과 신자들은 노환으로 1년 전부터 시력을 잃고 보행까지 불가능해 축하식에 참석치 못한 이성만 신부 자택(대구시 남구 대명9동 623)을 찾아 금경축을 축하했다.
이들 3명의 금경축 사제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고인이 된 권영조(마르꼬) 신부와 함께 1914년 10월 3일 대구 성유스띠노 소신학교에 입학한 이래 1926년 5월 29일 사제로 서품될 때까지 각기 고향은 달랐지만 12년간의 신학교 생활을 동고동락해 왔었다.
사제로 서품되자 박재수 신부는 전북 나주군 노안면 양천리본당에서 이기수 신부는 전북 부안군 부령면 외리본당에서 그리고 이성만 신부는 전남 목포시 산정리본당에서 각각 주임신부로 일선 사목을 시작했는데 이것은 30년대까지 전라도 지방도 대구교구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박재수 신부는 남산동본당 주임을 끝으로 66년 12월 24일 은퇴하여 대구시 남구 봉덕동 693의4 봉덕동 천주교회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기수 신부는 칠성동본당을, 그리고 이성만 신부는 반야월본당을 끝으로 70년 11월 11일 같은 날 은퇴하여 이기수 신부는 경북 칠곡군 동명면 금암동 284 동명천주교회에서 이성만 신부는 대구시 남구 대명9동 623에서 각각 거주하고 있다.
금경축을 맞은 3명의 노사제들은 한결같이『후회도 미련도 없고 오직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라면서 소감을 피력하고 혼란기 교회에서 자신들의 활동이 미비하였으나 지금은 안정된 기반 위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기쁘다면서 그러나『지금보다 더욱 더 열심히 일해 줄 것』을 후배사제들에게 당부하길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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