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사가 갖출 태도 중에 하나는 몸짓과 얼굴 표정일 것이다. 특히 얼굴 표정은 절반 이상이 선천적이어서 고치기가 무척 힘이 드는 것 같다. 마음의 아름다움은 외모에 나타난다고들 하지만 그것을 알 만한 세련된 분들도 흔하지 않고 또 그것은 생활하는 가운데서 아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생활의 완료에서만 알아차리는 것이리라. 그만큼 현대는 권모술수가 완벽한 이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관찰의 주체인 우리들 마음 자체의 아름다움이 변색돼 가고 있어 진선미의 본체를 보아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병든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여튼 대중 속에서 일하는 우리로서는 내면의 수양에 앞서 외모가 주는 인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침 세면 후에 머리를 빗기 위해 거울을 대할 때면 가끔 거울에 비치는 내 표정을 본다.
싸늘하고 퉁명스럽게 보인다. 명배우들의 표정 연구 때처럼 잠시 안면근육을 변화시켜 본다. 그러나 약간의 변화가 올 뿐 달라지지 않는다. 아마 배우가 될 소질이 없나 보다.
그래도 나의 인상 때문에 덕을 본 일이 있었다. 17년 전-. 몹시 춥던 겨울이었다. 공소에 가기 위해 역 대합실에 들어서니 추위로 몰려드는 손님들로 실내는 콩나물 시루가 되어 있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 잡담이 섞인 크고 작은 목소리들, 아기 울음 소리, 정신이 없어진다. 이때 취객 하나가 많은 사람 중에서 눈길을 모은다. 비좁은 통로를 안하무인 격으로 이리저리 사람을 헤치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또 다시 나간다. 이럴 때마다 순진한 시골 사람들의 얼굴에도 불쾌함이 드러났지만 취중이요 또 사람이 거칠게 보여 아무도 감히 불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차 나를 헤치고 지날 때는 그래도 참았는데 잠시 후에는 재차 나를 넓은 어깨로 밀어재치며 또 지나간다. 순간 오른발을 들어 그의 두 다리를 모아 걷어차 버렸다.
시멘트 바닥에 앞으로 나가 박힌 그가 자세를 바로잡더니『엇! 이ⅹⅹ가……』호흡이 거칠어진 그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보았다.
그러자 호기 있게 핏대 섰던 그 눈빛이 흐려지더니『죄송합니다.』하면서 태도가 돌변해진다. 일전을 각오한 대결이 싱겁게 끝나버려 나로서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그때만 해도 내 표정이 부드럽지 못함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후에 시골에서 한약방을 하시는 노인 한 분과 친숙하여져서 그분의 음양학설도 듣고 입교권면도 할 겸해서 자주 찾아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분의 말씀이『회장님, 외유내강이란 말씀을 아시지요? 회장님께 실례인지 모르지만 회장님은 그 반대로 보여지는군요.』그때야 비로소 내 외향성 문제를 깨달았다. 그렇지만 항상 보이지 않는 나의 표정에만 몰두할 수 없고 그것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문제로 여겼기에 조상 탓으로 돌려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내 표정이 어지간히 문제였던가 보다. 수 년이 지나 새로 오신 본당 신부님께서 하루는『회장님, 눈꼬리에 주름 잡히는 운동 좀 하이소』사투리를 흉내 내면서 양손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꼬부려 양 눈 끝에 대 보이며 의미 있게 조크하는 것이다. 그렇다. 내 표정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미소 연습을 해야 되겠다. 그 후 외유내강의 인간이 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도 내 눈꼬리에는 주름이 덜 잡혀 있다. 내 안에 한없이 밝고 맑은 세계가 열릴 때 연습으로 얻어지지 않은 진짜 눈꼬리운동이 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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