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문제아」라고 낙인찍혀 버린 소년원생들. 붉은 벽돌과 창살사이에서 비정한 사회를 원망하며 작은 가슴마저 굳게 닫아버린 이들에게 자애로운 「엄마」의 사랑이 스며들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서울 불광동 소재 소년원을 찾는 민성동씨(모니까·46·역촌동본당)는 사회가배척하고 가정마저도 포기해버린 이들 소년원생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정다운 눈길로 굳어져버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소년원내의작은 빛이 돼오고 있다.
14년 전 우연히 방문한 교도소에서 푸른 제복과 검은 철창의 무서운 아픔을 경험한 민모니까씨는『누군가 반드시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 서울대교구 교도 사목회에 가입하면서 지금까지 만 12년을 소년원생들을 뒷바라지 해 오고 있다.
아무리 바쁜 일이 생겨도 몸이 부서질 정도로 아파도 자신을 기다리는「아이들」과의 약속을 위해 수요일만큼은 철저히 비워왔던 민 씨는 짧은 만남 속에서도『엄마, 엄마』라고 따르는 원생들을 대하며『이렇게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미약한 내 자신이 과연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반문하며『진짜 저 아이들의 「엄마」가 돼야한다』고 수없이 되뇌이곤 했다고 한다.
66년 남편과 결혼하기위해 무작정 영세 입교한 민 씨는 그 동안 자신도 모르게 신앙의 힘이 성숙돼 왔음을 느끼면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진정「작은 도구」로 써지기를 갈망, 10년이 넘는 세월을 『예, 여기 있습니다』라는 내적응답으로 살아오고 있다.
딸 하나(대학교1), 아들 둘(고1, 중2)을 두고 있고 은행원인 남편과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결코 쉽지 않은 작은 도구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민 씨는「기르는 정」의 맛을 알면서 원생들의 퇴원 후 직업알선, 재활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민 씨의 보이지 않는 희생은 84년 국민훈장목련장 수상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주위의 관심 속에 어느 정도「격려」는 받았지만 무엇보다 민 씨를 기쁘게 한 것은 기르고 있는 아이들(원생들)의 퇴원과 자립의 소식.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한 송이를 들고 찾아 올 때, 밤늦은 시간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해 줄때, 결혼하게 됐다고 연락이 올 때. 이 모든 순간들은 결코 댓가를 바라고 뛰어든 일이 아니었지만 너무 큰 보람과 기쁨을 안겨주는 것들이다.
『처음 「엄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당황하고 부끄럽기까지 했지만 외로움이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 이었기에 그렇게 정이갈수가 없었다』는 민 씨는『이렇게 착한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사랑을 나눌 줄 모르는 사회와 기성인들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또한 민 씨는 『이들의 재범을 막아줄 기관이 더 많아지고 재활시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면서『앞으로 소년원내 철창이 없어지고 이름도 바뀌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이들은 죄수가 아니며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청소년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활동에 앞서 가정을 먼저 돌아보고 손수 음식장만을 잊지 않는 평범한 가정주부인 민 씨는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반드시「아이들」과 함께 살며 참사랑을 나눠주고 싶다는 포부를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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