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가 되기 위해 세례를 받게 되면 새로운 이름을 받는다. 묵은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이름을 받아 새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을 세례명 또 는 본명(本名) 또는 영명(靈名)이라고 부른다.
성서에도 보면 하느님의 부름을 받을 때 새 이름을 받는다. 아브람은 아브라함이 라는 이름을, 야곱은 이스라엘, 시몬은 베드로(반석)라는 새 이름을 받았다.
특히 세례 때 받는 이름은 보통 이름이 아니고 성인성녀들의 이름이다. 그분들을 수호자와 모범으로 삼고 훌륭한 성덕을 본받으며 동시에 이미 하느님 앞에서 끝없는 행복을 누리는 그분들의 도움과 전구를 청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는 서양 성인들의 라틴어식 이름을 세례명으로 주어왔기 때문에 이 세례명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이름이 많기 때문이다.
밀가루신자시절 이야기다. 성당에서 신자들에게 밀가루 배급을 준다기에 너도 나도 뛰어갔다. 아이를 등에 업은 부녀자들이 잔뜩 모여 줄을 섰다. 눈이 파랗고 코가 큰 신부님이『 등에 업은 아이 본명이 뭐요?』라고 물었다. 아이 어머니가『서대파노(스떼파노)요』하고 대답하니 신부는 두말없이 밀가루 서되를 퍼 담아 준다.
본명이 뭔지 몰라 간이 콩알 만해져 있던 뒤에 선미신자가 옳다구나 하고 질문을 받자말자 얼음 대답 한다. 『우리 아이 본명은 너대파노요』. 그러나 기대하던 밀가루 너 되는 커녕 잔뜩 무안만 당한 채 쫓겨났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혀가 안돌아가 안또니오를 안테나로, 도르테아를 도토리로 곧잘 바꿔 부른다.
이제 한국 성인이 백여 명이나 된다. 혀 잘 돌아가는 우리 성인의 이름을 애용하는 것도 국산품 애용이 안될지? 한국 성인이냐 외국 성인이냐 또는 한국 이름이냐 외국이름이냐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세례명의 본 취지를 깨닫고 자기 수호성인의 도움을 청하면서 그분들의 덕행을 알고 본받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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