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C본당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날 주일미사 때 여교우들 여러 명이 웬 정신병 들린 젊은 여자 한 사람을 성당에 데리고 왔다. 첫눈에도 상당히 인물이 매력적으로 생긴 젊은 여성이였다. 그 사연인즉 5년 전에 출가를 했었는데 한창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 중에 갑자기 정신병의 발작이 일어나서 남편에게 소박을 맞고 친정으로 쫓겨와 벌써 몇 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친정도 제법 부유하고 점잖은 가문이라 좋은 약이란 약은 다 써보고 또 수없이 점장이에게 푸닥거리다 굿이다 해서 돈도 많이 허비했다고 한다.
그러자 어느 이웃 사람이 혹시 성당에 가면 귀신을 쫓을 수 있다는 권고의 말을 듣고서 환자의 어머니가 그 마을 신자들과 함께 환자를 성당에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러니 성당 측에서는 좀 꺼림직하지만 정중하게(?) 그 환자 일행을 맞아들였다. 환자는 처음 성당 안에 들어오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웠다.
조용히 미사 참례를 하고 있던 신자들은 갑자기 성당 안이 소란해지자 뒤를 돌아보고는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여회장과 여교우들이 환자를 못 움직이게 붙들고 기압(?)을 넣자 곧 조용해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환자의 숨결은 거심을 피운 뒤라 제법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이 환자 앞에 나서자 환자는 힐끗 신부님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황소 웃음치듯 히죽이 웃고는 단숨에 벌떡 일어나서 자기의 옷을 훌훌 벗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몸에 걸쳤던 옷을 죄다 벗어버리고 팬츠 바람으로 신부님 앞에 나섰다. 정말 눈 깜박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신부님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민망스럽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나는 그녀가 귀신이 들렸으니 신부님과 한 번 일 대 일로 발가벗고 대결해 보자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가 신부님이 총각이라는 것을 알고 유혹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미사를 마치고 나오던 신자들은 링에 오른 레슬링 선수처럼 발가벗은 그녀의 부위를 호기심 많은 눈길로 빙 둘러싸 버렸다. 정말 거룩한 성전에서 이것이 무슨 꼴이람….
나는 창피스럽고 민망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 후 환자는 여교우들의 제지로 옷을 다시 주워 입고 신부님 앞에 꿇어 앉았다.
신부님은 엄숙한 목소리로『성당 안은 성스러운 곳이니 함부로 몸가짐을 해서는 안 되요!』하고 환자에게 주의를 주었다.『예』환자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신부님이 환자에게 성수를 뿌리고 기도를 해 줄까 하다가 아마도 마귓병 환자는 아닌 것 같아 그냥 훈계만 하고 돌아 가려고 하자 환자는 다시『신부님! 히히…』하고 고개를 발딱 쳐들고는 의미 있는 눈웃음을 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신부님은 창피를 당할까봐 기겁을 하며『자꾸 그럼 못 써요!』하고는 사제관 쪽으로 발길을 돌려 버렸다. 신자들은 신부님이 마귀 쫓는 것을 구경해 볼까하고 잔뜩 기대를 했다가 약간 실망하는 빛으로 뿔뿔이 헤어졌다. 다시 이 여자도 여교우들의 부축을 받아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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