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루드비히 씨아록을 알게 된 것은 서독남부지방의 휴양지인 컴제호수 부근에 있는 농가에 서였다.
그는 뮌헨으로부터 어린자녀들을 휴양차 데리고 와 마을 위쪽 건초더미 있는 곳에 있었는데 나 역시 아래쪽 건초창고에서 우리집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우연히 두 집식구가 알게 됐다.
이튿날 미사 때 우리는 다시 서로 만났고 나는 그가 평일에도 미사에 참여하는 걸 보고는 속으로 매우 기뻤었다.
그 이유는 그런 것으로 봐서 틀림없이 그가 맘씨가 바른 친구일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훗날 우리는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보이스카웃 야영모임 때였다.
그곳에서 나는 그의 형제들과도 알게 됐고 차차 친구가 됐다.
루드비히씨는 어느 날 그가 2차 대전 때 겪었던 참전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그의 이야기가 사실대로라면 그 전쟁터에서 건강하게 살아 돌아온 것은 기적이었다. 그가 소련군과 대치해 있었을 때 소련군이 치열한 공격을 퍼부은 뒤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그는 부상자 사이를 포복해 다니며 붕대들 감아주고 있었는데 한 부상병에게 붕대처치를 해주자마자 수류탄이 날아와 부상병의 온몸이 산산조각 찢어져 버렸다. 부상병 옆에 있던 그는 순간적으로 실신, 아무감각도 느낄 수 없었고 그사이 소련군이 통과해갔다
그가 그때 감각이 살아있었고 그래서 소련군이 통과할 때 겁을 먹고 움직였다면 아마 총을 맞고 죽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그는 실신한 바람에 살아남아 그가 소속한 나치 돌격중대 병사중 혼자서 살아 돌아왔던 것이다.
역시 그의 다섯 형제들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모두 다 온전하고 건강하게 전쟁의 위험과 고통을 이겨내고 잘 넘겼다.
그리고 오늘날 그들 형제는 거의 모두 가톨릭에서 활동하고 있고 레지오 단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거나 다른 가톨릭액션 단체에 속해 일하고 있다.
그 중에 한사함은 성직자가 될 각오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여기서 그들 가족들에게 특별한 은총이 내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여섯 형제가 모두 전쟁 통에 무사히 돌아왔고 모두가 성실하고 평신도 사도직의 역할도 잘하고 있다.
그리고 또 모두들 각자 가정과 자녀를 갖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 않은가.
어느 날 거기에 대한 하나의 놀라운 해답을 찾아냈다.
그것은 내가 어느 날 그의 집을 방문, 그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였다.
내가 잠시 그의 집에 머물 동안 그녀는 벽에 걸린 그림액자 하나를 떼 갖고 왔다. 그것은 커다란 우편엽서 그림에 그려진 낡은 마리아 상(像)의 사진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액자틀에 끼워 간직해 왔다고 했다.
그녀는『히틀러 시절에 우리는 많은 사건들을 경험했죠. 나의 남편은 우리 애들(지금의 무드비히 형제)을 히틀러 유겐트(유년대원)에 가입시키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애들을 세 번 씩이나 이 학교 저 학교로 전학을 시켜야만 했지요.
우리 양친은 몇 번이나 소환을 당했고 애들도 교실 앞에 국가에 반역적인 행동을 한다며 벌을 받기도 했지요.
시련과 위험이 크면 클수록 우리가족은 점점 더 성모님께 특별히 기대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어요. 우리는 피(血)로 서약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족들은 성모님께 3백 년 전 멕시밀리안이 바이에른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피의 서약을 했지요』그러면서 그녀는 사진액자의 뒷면을 보여주었다.
성모상 액자 뒤에는 피 빛 색깔이 갈색으로 바래인 글씨가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일곱 형제들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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