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모국의「길에서 산 사나이」최양업 신부
12년간의「마카오」유학을 마치고 중국의 여러 곳을 거쳐 고국에 돌아온 최양업 신부는 1861년 그가 40세를 일기로 병사할 때까지, 다시 12년간의 천주교 전도생활로 일관했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전도하여 전라ㆍ경산ㆍ충천ㆍ강원ㆍ경기 등 각 도를 순회하여 교회사 자료 수집 등의 일로 전국을 누비고 다녔기 때문에「길에서 산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한다. 그의 얼굴은 까맣게 타서 갓끈 자욱만이 하얗게 나타나 있었고 동포들은 그를 조선 사람으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서양인이라, 불란서인이라 불렀었다고 한다.
달레의 교회사에 의하면 최양업 신부 자신은 그가 조선의 그 무서운 문을 깨뜨리며 조선 땅으로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1836년 12월 김대건ㆍ최방제 등과 함께 서울을 떠나 만주ㆍ내몽고ㆍ중국 여러 곳을 거쳐「마카오」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프랑스외방전교회 책임자인 르그르죠아 신부 밑에서 공부했다. 여기서는 신학과 철학은 물론 라띤어ㆍ불어 등의 학습을 철저히 받았다. 또 당시의「마카오」는 대륙의 서양 문물의 집산지였던 만큼 서양 신부들 사이에서 생활로써 서양문화에 접했던 것이다. 그는「마카오」로 가기 전부터 라띤어를 배웠고 불어에 능통하였으므로 김대건과 함께 서구어로 서구문화를 직접 수입할 수 있었던 최초의 조선인이었다.
이제 그가 받아들였던 서구사상 내지는 개안이 조선의 봉건적, 전형적 사고 패턴과 어떻게 습함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그의 편지들에 보이는 모국의 형편에 대한 비판과 그의 창작 가사들에 보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고찰 등 두 방향을 설정하기로 한다.
가, 그의 편지들에 보이는 모국 비판
르그르죠아 신부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인용된『조선의 그 무서운 문을 깨뜨리며 귀국해야 했다』는 곳에서 그의 모국에 대한 모든 태도는 명백해진다.「무서운 문」이라 했으므로 이는 굳게 닫힌 문일 것이다.
다른 편지에서 그는『이번에도 귀양의 땅에서 글월을 올립니다』고 하여 이 땅을「귀양의 땅」이라 쓰고 있는 것도 그러한 표현일 것이다.
①학정을 거듭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 ②천주교 박해의 무모함 ③조선의 미신행위 ④여성들의 지위와 혼속에 대한 비판.
나, 그의 창작 가사들에 대하여
그는 고국에 돌아온 후의 전도와 배론신학교 교수 일을 보는 일편 12년 동안에 수많은「천주찬가」를 창작하였으며 그 중 19편이 그의 가사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작업은 김동욱 교수가 그의 가사들에 주의한 이후 金약슬, 오숙영 성래제씨들의 꾸준한 연구의 결과로 알려진 사실이다. 김동욱 교수는 이 천주가사가, 서교가 조선 봉건적 전형적 사고 패턴과 어떻게 습합하고 있는가를 사실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하고 그 연원을 허균에까지 올릴 수 있다는 암시를 보인 바 있다.
그의 창작으로 알려진 19편의 가사와 그 후세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오숙영 수녀의 노작으로 이루어진 바 있고 여기서는 이 작품들에 보이는 서구적 개념의 이행 습함 등에 주의하고자 한다.
우선 그의 가사들은 천주교 교리의 전교나 신앙의 격려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전체적으로 혁신적 사고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가사는 주로 현세를 가볍게 여기고 내세를 중시하는 내용의 노래들이 많은데 이것은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박해에 대한 교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했으며 한국의 기독교가 현세를 멸시하는 좋지 못한 전통을 갖게 하는 조건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그의 내세관은 가장현실적이고 내세에 무관심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것이며 특히 그의「천당가」나「지옥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관에 새로운 혼란과 변혁을 부채질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천당가」속에는 아우구스띠노의 자서전적 천주 찬미의「고백록(Confessiones)」이 그대로 번역 삽입되기도 하여 이미 서구적 사상서의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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