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죽음」이란 말의 쇽크에서 설깬 우리에게 다시「신의 무덤」이란 말은 몹시 불안한 것이다.
하기야 신의 무덤은 니체가 아니더라도, 모든 현상이 아니더라도 모든 현상이 그 상황을 우리에게 추인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누구든 양심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리스도교와 교회는 현대 사회의 모든 영역에 대해서 소외당한 국외자가 되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교계의 분열은 여전할 뿐더러 가톨릭 교회 내부의 교계의 권력과 권위주의 신학자들의 망설 세속화 사회 참여 전례 평신도문제 등등 혼란에 눈을 가리울 수만은 없는 위기 상황은 공의회의 재검토와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격동적인 변화 속에 움직이고 있는 현대 사회에 생명의 물줄기를 대야 할 교회는 무덤으로 화하고 말았다는 상황에서 미래-인류와 교회의-를 묻는 것이 각성하고 있는 그리스도교인의 과제라면 아돌프스 신부의 이 저서는 이 혼돈한 상황을 비추어 주고 또 반성의 기준과 미래에의 전망을 밝혀주는 길잡이가 되리라 믿는다.
저자는 미래에의 활로는「공허화」에 있다고 단정한다. 흰 횟칠을 한 변질한 그 속에 신이 썩어가고 있는 무덤이 아니고 텅 빈 무덤 神人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 스스로를 공허화한 그분의 무덤이 교회라야 한다.『미래에의 희망은 그 공허성에서 솟아올랐다.』『거기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다가올 것에 대한 변함없는 메시지이어야 하는 교회가 태어나고 있다.』이 공허화는 어떤 정지상태가 아니고 쉬지 않고 텅 비우는 진행형이다.『교회는 그 존재 양식이 항상 역사적 발전을 하는 본성이기 때문에 한 가지 양식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 어떤 한 가지 존재 양식에서 떨어져 진보하지 못한다면 역사의 심판에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나치스의 순교자 A. 델프 신부의 통찰에 저자는 경의를 표하면서 그리스도의 궁극적인 승리의 약속에서는『나는 이 기관과 함께 이러한 모습으로 세상 마칠 때까지 항상 함께 있으리라』고 한 말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제왕적인 권력의 상황에서 탈출하고 (Exodus) 텅 비움으로써 교회는 자신의 고유의「진리의 영역」속에 존재하게 되면 우리 사회 안에 구원의 성사로서의 더욱 깊은 그 봉사와 교역의 차원을 보여주리라고 시사한다.
일찌기 그리스도교의 세계화(세속화)라는 고념은 많은 신학자들의 관심과 사색을 자극시켰다.
가톨릭의 케류그마 신학 불트만의 탈신신화 콕스의 세속도시 혁명신학 해방신학 등 여러 시도, 그러나 미래학적인 관점에서는 떼이야르 신부의 우주적인 원대한 비젼에서의 세계화라기보다는 우주화 -신화의 논증을 한편에 둔다면 또 하나 구체적인 방향 지시는 이 아들프스 신부의 제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몇 군데 너무 구체적 현상 외 고찰에서 극단적인 처방을 제시하므로 많은 반대를 불러일으킬 염려는 없지 않아 있다. 어쨌든 이 책은『현시점에서 그리스도교의 뜻있는 존속을 염려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문제들을 취급한 것이기 때문에 로마 가톨릭 교회의 경계를 훨씬 넘어서서 예수 그리스도를 세계의 구속자이며 주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교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이 책은 당대 최신판의「교회론」이다.
원래 광범한 현대의 복잡한 상황 전반에 걸친 용어와 표현의 어려운 저술임에도 능히 평이하고 유창한 번역으로 옮겨진 것은 다행이다. 근래에 보기 드문 양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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