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봉사활동 대열이 농촌으로 줄을 잇고 있다. 이제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자세도 어느 정도 확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봉사를 받는 농민들도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학창시절 농촌에 무언가 봉사하고 그 속에서 자기 성장과 보람을 찾고있다. 특히 각 대학 가톨릭학생회에서는 봉사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도 전달할 수 있어야 하겠다. 봉사를 나가는 학생들의 자세와 봉사를 받는 농민들의 바람을 알아봄으로써 하기 봉사활동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학생들의 자세
■-희생이 담긴 적극적 사랑 실천할 터 - 박세원·서울대 의대 본과 3년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봉사를 떠나는 대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근로봉사 교육봉사 의료봉사 전교 등 여러 내용에 대한 나름대로의 계획을 짜고 그들에게 무엇인가 주려고 노력하고 또한 그 가운데서 배우려 한다.
과연 이 많은 봉사대들의 목적은 무엇이며 그 의미를 우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고, 어떠한 태도로 봉사에 임해야 할까?
항간에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회의적인 사람도 적지 않고, 봉사원들 자신도 봉사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니 오히려 배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눈 앞의 효과만 보고 성급하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봉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기쁨이 아니라 하나의 일치감이다. 가톨릭인으로서의 소망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일치라 표현할 수 있다. 그 일치란 그리스도와 자기 개인만의 일치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개인간의 일치, 지역사회 간의 일치, 나아가서는 하느님의 백성인 온인류의 일치 역시 이 조그마한 일에서 비롯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치를 위해서는 진정한 자기 희생과 타인에 대한 사랑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하느님의 나라로의 길은 소극적 사랑이 아닌 자신의 희생을 토대로 한 적극적 사랑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며 그것은 일상생활 속에 깃들어진 것이어야 한다.
또한 봉사하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각자가 쉼없는 노력을 하여야 하겠으며 농촌생활의 어려운 점과 보람된 모습도 재인식 하여야만 하겠다.
결론적으로 봉사에 임하는 봉사원들이 희생적인 사랑과 성실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도와주는 입장으로서가 아니라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그들과 서로 호흡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할 비로소 진정한 봉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함께 땀 흘리며 한 형제임 보여줄 터 - 박혜숙·효대 원예학과 4년
매년 여름마다 갖는 하기 봉사활동은 내게 있어선 마치 하나의 연중행사가 돼버린 것 같다.
내가 이 즐거운 여름휴가 특히 학생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하기 휴가를 농촌으로 가는 데는 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즉 대학생으로서①건전한 사회 참여 활동의 하나로 농촌을 찾고 ②휴가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휴가로 만들고 싶고③봉사활동을 함으로써 농도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해 보겠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한 학생으로서 농민과 더불어 함께 땀 흘리며 일함으로써 나도 그들과 같은 한 형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일손이 부족해 허덕이는 그들의 일을 도와줌으로써 노력 봉사를 통한 농도 간의 이질감 해소에 도움을 주고 싶다.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나로선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고 활동에 임한다는 데 그 의의를 두기로 했다. 따라서 올해는 근로 봉사와 농민들의 의식 계발이 두 가지 면에 비중을 반반으로 잡아 활동을 벌이기로 하고 우선 근로봉사는 김매기 등 농사일 돕기와 집집마다 다니면서 변소 소독 등 그 집에 알맞는 적절한 봉사를 하겠다.
그리고 의식 계발은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청소년들을 모아 그들에게 무엇이든지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애향심을 길러주며 부녀자들에게는 자녀 교육과 응급 처치법 그리고 위생 관념 등에 관해 보다 철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 물론 앞으로 내가 가르칠 새로운 영농 기술 등이 그들에게 잘 먹혀 들지 않거나 내 노력이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우리들의 뜻을 이해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봉사하는 자세에 조금이나마 오만과 자만이 깃들어 있거나 우월감을 가져서는 안 되리라 생각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가운데 틀림없이 많은 것을 얻으리라 확신한다. 끝으로 그들에게 바라고 싶다면 비록 우리들의 일이 부족한 게 많더라도 무관심하게만 보지 말고 함께 협조해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농민들의 바람
■농민들의 정신 계몽에 힘써 줬으면 - 박성화·현풍면 오산2동 전 이장
경북 달성군 현풍면 오산2동에 위치한 우리 마을은 면 소재지서 약 10km 떨어진 산간벽촌으로 90여가구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는 71년 대구 효성여대를 선두로 그동안 5차례의 하기 및 동기 봉사활동이 진행돼 왔다. 처음에는 동민 대부분이 봉사활동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래서 한두 차례 다녀갈 때까지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신기한 듯 혹은 무관심하게 구경만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록 짧은 1주간이었지만 조금이나마 농촌 일손을 돕고 보탬이 되고자 했던 학생들의 발자취가 하나둘 실생활에 적용되면서 봉사활동의 고마움을 깨닫게됐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장티브스 예방을 들 수 있다.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우리 마을에는 장티브스가 온 마을을 뒤덮곤 했었다. 이 병이 우물물이나 불결한 주위 환경에서 기인된다는 사실을 안 동민들은 사전 예방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무료로 전해준 4만 원 상당의 각종 의약품이 계기가 돼 현재 마을에는 소비조합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동민의 한 사람으로서 봉사활동을 나오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첫째는 직접적인 노력봉사 예를 들면 모심기 밭매기 등은 가급적 삼가해 줬으면 한다.
그보다는 젖먹이나 갓난애 등을 봐주는 간접 노력봉사가 바람직한 것 같다.
다음으로는 마을 동민 정신 계몽에 더욱 힘써줬으면 한다. 우리 부락에는 복잡한 혈연관계로 무슨 일이든 잘 안 되고 있다.
우리 동민 힘으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가난한 농민들은 도시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으레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가지는 한 잘 살기는 요원한 것이다.
모르는 것을 학생들을 통해 배우고 실천하여야 하겠다. 또한 도움을 받는 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봉사하는 학생들에게 힘 자라는 데까지 정성을 표시하여야 하겠다.
항상 학업에 바쁜 학생들이 여름 휴가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해 주고 있는데 감사함을 금할 길 없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자극제가 되어 농촌 근대화와 보다 잘 사는 농촌 건설에 우리 동민들 역시 보조를 같이 해 나가겠다.
■어린이들 지도에 전력 기울여 주길 - 정숙희·청도군 매전면
나는 처음에 아무 것도 보잘 것 없는 우리 마을에 30~40명의 여대생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름난 산이나 바다의 피서지를 제쳐 놓고 우리 마을에 오는 영문을 몰랐기 때문이다.
얼마 후 알고 보니 하기 봉사활동을 나왔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도대체 실감이 안 났다. 손발에 굳은 살이 박힌 농촌 아낙네들도 힘겨운 일을 귀하고 고생 없이 자란 멋쟁이 아가씨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나의 걱정과는 아랑곳 없이 이들은 이튿날부터 자기들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켜 갔다. 낮에는 한편에선 논ㆍ밭 일손을 돕고 또 한편에선 어린이와 학생들을 지도하는 한편 밤에는 부녀자들을 모아 식생활 개선 아동 지도 의약 상식 및 관혼상제 간소화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4~5일이 지나면서부터 말썽만 부리던 아이들은 눈만 뜨면 선생님들한테로 달려가고 갓난애도 데려가 보통 2~3일 걸리던 일을 하루만에 마칠수가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그곳에서 그냥 놀기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5학년 꼬마 녀석이 책을 펴들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쩌면 저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서먹서먹하던 여대생들과 동네 여인들 간의 사이가 친숙해져 일상생활의 어려운 문제를 상의하는가 하면 한글도 해독 못하는 여인들이 글 배우기에 분주해지기도 했다.
특히 동네 꼬마 녀석들은 어른들에 앞장서 조기청소를 실시하는가 하면 자기들끼리의 다툼도 비교적 피하는 눈치들이었다.
우리 마을에서 병이 나면 읍내 병원까지는 약 20리를 걸어야 한다. 그전까지는 응급 처치나 간단한 상식만 있으면 치료할 수 있는 병도 몰라서 큰 병을 만들기도 했다.
이제 어지간한 병이나 응급 처치는 가능케 됐다.
농촌 여인네라 무조건 입 다물고 억눌려 살아야만 했던 재래식 풍토도 점차 변모돼 가고 있는 듯하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상록수」의 격언이 우리 마을에 꽃 필 때 농촌의 앞날은 분명히 밝을 것 같다.
금년에는 아이들의 공부 지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줬으면 좋겠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들 지도할 시간도 부족하지만 우리들은 능력도 부족한 것이다.
꼬마들은 벌써부터 선생님들이 언제 오시냐고 야단들이다. 해마다 여름방학 때면 찾아주는 봉사 대열이 저으기 기다려진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