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하나의 주택을 설계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어떤 형태의 주택 어떤 규모의 주택을 건축할 것인가 하는 것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주위 사태 위치 주위 환경 지참금 가옥 통학 거리 직장관계 등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있어야 하고 그 위에 과거에 그러한 주택을 건설한 사례 즉 유사한 사례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하여 관찰한 것과 회상한 것은 종합하여 새로운 집의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교육 목적이 바람직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결과가 반드시 현재의 실정에 맞는 것이라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르고자 하는 그 목적은 현재의 여러 가지 조건들, 다시 말하자면 그 아이의 능력이나 필요나 관심과 무관계하게만 들어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K고등학교의 한 학생이 S대 불합격을 비관하여 자살을 한 기사가 신문에 났던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학생에 S대학은 좀 과분한 것이었습니다. 무리로 K고등학교에 들어가긴 했지만 K고교를 나왔으니 아버지가 무엇이니 어머니가 어느 학교를 나왔으니 우리 가문이 어떠하니 장차 출세가도가 어떠하니…등등으로
S대를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관념을 아들에게 주입시켜 놓고 보니 아들 편에서는 S대에 들어가는 것이 지상명령이요 그것이 자기를 위하고 부모를 위하고 가문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며 그 외는 가치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그 학생이 마침내 S대에 낙방하고 자살을 한 것은 결국 자기를 위하고 부모를 위하고 가문을 위하여 어쩔 수 없는 결과이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하나의 목적이 바람직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당사자의 능력에 맞는 것이 아니면 안 됩니다. 부모로서야 저마다 자식에 대한 욕심도 있고 체면도 있겠지만 능력을 무시한 과욕은 결국 불행한 결말을 자초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어찌 능력만이 중요하겠습니까? 목적을 세울 때는 능력과 필요를 또 돌봐야 합니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입니다. 흔히 우리는 부모 성인에게 필요한 것을 마치 아동에게 필요한 것인 양 강요하는 수가 있는데 이것도 잘못입니다. 흥미 없는 일을 억지로 시키다가 보면 결국 문제아를 만들고 마는 수가 허다히 있을 것입니다. 결국 부모의 과욕이 아이의 불행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목적이든지 한 번만 들어진 목적은 고정불변해야 한다는 것도 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현대 사회는 변화가 격심한 사회입니다. 이렇게 변화가 격심한 가운데 살아가자면 생활방식에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목적은 궁극적인 절대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변화 가능한 목적으로 유연성을 지녀야 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전술한 입지(立志)의 의미가 흐려지는 감이 들는지 모르지만 결코 입지를 경멸하기위해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입지를 초지일관하여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면의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궁극적인 목적을 행복의 추구라고 했는데 행복의 고지를 점령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그 방법에 있어서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흔히 우리가 말하고 있는 목적은 최후 목적의 수준에서 보면 방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목적과 방법이 뒤범벅이 되는 것이 아닌가고 생각하겠지만 목적이 그냥 인생과 떨어져 고원(高遠)하게만 존재하게 되면 그것은 아무 곳에도 쓸 데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과 수단은 최종의 목적을 위해서는 서로 재촉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면 그 뒤의 목적을 지향하고 그 위의 목적을 달성하면 다시 그 위의 목적을 지향하게 되는 것인데 그때 아래 단계의 목적은 윗단계의 목적의 수단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목적의 수단화란 말이 나오게 됩니다. 목적이 수단이란 뜻이 아니라 성취된 목적은 고차적인 수준에서 보면 수단으로 간주된다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람직한 교육 목적은 관념으로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활동에 의하여 적중(的中)되는 것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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