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서는 크게 나누어 종교서와 과학서로 구분된다. 그런데 실학자들은 이 두가지 서적을 수용하는 태도가 아주 달랐다. 서구과학엔 전적으로 찬성하고 수용하려한 반면에 종교나 철학서에 관해서는 부분적인 긍정이 가능했던 것은 실학자들이 이마두와 마찬가지로 유교를 고전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학의 천주를 유학의 상제와 거의 동일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천의 태도에 있어서는 동의하지 않을뿐더러 서학의 사천의 자세가 불교의 석가모니를 섬기는 자세와 같다고 비나하였다. 후기에 이르러 안정복같은 철저한 주자학파들은 이제 천주학을 무조건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천주학을 무엇보다도 무부무군의 이단으로 단장하고 무조건 배척했으니 사실 천주교는 유교의 기본 국민도덕인 충효에의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즉 천주교는 다만 천주 있는 줄만 알고 임금과 어버이있는 줄은 모른다는 것이었다. 순교자들은 한결같이 차라리 군부의 명은 어길지언정 대군대부인 천주의 명은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하며 감히 군부의 권위에 도전하며 마지않았던 것이다.
조선의 정치체제는 자신들의 권력을 안전케하기 위하여 충효를 부도의 국민도덕으로 강화했다. 그리하여 충효와 군부의 의지가 기본인권에 우선 한다는 봉건도덕을 고정화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므고 국민의 평등주의와 보편주의를 내세우고 무엇보다도 유일신적 절대적 최고권위에 대한 천주교의 주장과 신앙이 결국 봉건적 위정자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여기서 신관의 대립이 오게된다.
실학자들은 우선 상제와 천주를 동일시했지만 이제 철저한 성리학자들은 신의 인격성을 거부하고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과 신 사이의 인격적이 상봉도 거부하기에 이른다.
병이년 척사윤음에서 천과 상재는 사실상 하나이라고 주장한다. 『형체를 천이라고 주재를 제라하셨으며 천이니 제니합의 다른 것은 비컨데 옆에서 보면 ………..(산고개)이되고 바로 보면 봉(산봉위리)이 됨과 같은 것이지 천이외에 또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죄를 하늘에 얻으면 빌 곳이 없다는등 경서의 귀절을 이용하면서 마치 유학이 천학에 지날것이 없다고하니 슬프기짝이 없도다. 오유의 바른바 천과 제라함이 어찌저들의 조천의 제가 되겠는가.
우리가 말하는 경천존천이란 것인즉 이른바 4단(인의예지에서 우러나오는 측은지심/차악(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과 5륜을 지키고 천명(天命)을 따름으로써 일상행위가 이른에 합당한데 있는 것이다』고
그리고 서학의 기본사상을 천상의 복을 추구하는 소위「사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군자의 학이 될 수 없다는 것이고、인간의 화복은 이치로써 이해시킬뿐 인격신 존재하여 그것을 일일이 간섭하는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안정복은 서학의 현세론에 언급하여『현세는 잠거요 로고거이고 인세가 아니오 원래 금수가 사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대로 한다면 인간이 애당초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던것이 좋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다 멸망하고 천지가 비어 다만 금수가 사는 세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처럼 유학과 서학은 종교의 핵심인 신과 신의 상선벌악에 대하여 근본적인 대립을 보였고 그것은 서학이 절대신을 내세운 반면에 유학이 인륜을 내세웠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의 문화관이 인간은 천주의 모상이므로 모든 문화는 신중심이며 신으로 향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에 있어서는 유학이 이러한 이념을 따를 수 없음을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조선정부의 천주교에 대한 박해는 정교일치정책이 빚은 당연한 결과이었다.
즉 국민의 종교적 통일은 국학의 정치적 통일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고 있으므로 군주는 당연히 국민의 종교적 통일을 배려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종교를 정권의 부수로 생각하는정치를 우월시하는 사상인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정치체제는 인간의 기본권인 신앙의 자유, 나아가서는 생존의 자유까지 침입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공동선(共同善)의 촉진을 위하여 있는것이다. 인간은 정치적 사명을 초월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양심자유면에서는 아니며 오직 신에게 종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자체가 목적이며 국가는 인간의 완성을 실현시키기위한 방법과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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