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데 없는 전쟁고아들의 보금자리로 문을 연 이래 그들의 형 노릇부터 시작, 30년이 지난 지금은 그들의 어버이로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목포 경애보육원(목포시 산정 3동 222) 윤도엽 원장(60ㆍ라우렌시오).
헝클어진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허름한 옷차림새의 그의 모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아온 사회복지시설 운영자들의 차림새와는 거리가 멀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좀 처럼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윤 원장은 항상 집안에서 원생들을 뒷바라지하며 보내는 것만도 바쁘기 만하다.
아침 6시 기상종이 울리면 유치부 아이들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 까지 64명의 원생들과 직원들이 식당 겸 강당인 중앙마루방에 모여 『주의 기도』를 바치면서 경애원의 하루가 시작된다. 윤 원장의 바쁜 하루일과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대식구 식사를 위해 대형 가마솥에 불 때기ㆍ집안청소ㆍ아이들 빨래 거들어주고 목욕시키는 일들이 그의 주요 일과이다. 고아원 아이들이라면 옷차림이 남루하고, 불결하다는 이유로 학교친구들이 접촉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에 윤 원장은 특히 원생들의 복장과 위생문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고향이 황해도 옹진인 윤두엽 원장은 1ㆍ4후퇴 때 월남, 목포에서 아저씨 뻘되는 윤철(베드로ㆍ별세)씨가 창립한 경애보육원과 인연을 맺었다. 경애보육원이 57년 재단법인 인가를 받고 66년 윤철씨가 별세할 때까지 아저씨를 도우며 아이들을 뒷바라지해온 윤두염씨는 원장직을 이어받은 후에도 결코 잡부 일을 놓지 않았다.
염전을 통해 자체수익금을 확보해놓긴 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계속되는 재정적 압박에 『외국에서 원조 받게 해줄 테니 개신교로 개종하라』는 목사의 유혹도 뿌리쳤다. 그래서 4백 20평의 대지위에 건립된 여러 개의 방들은 공사비가 마련된 후에야 하나 씩 지어질수 있었다. 79년엔 윤공희 대주교가 17평 건물을 건립해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4백여 명의 원아들이 이곳을 거쳐가 사회에서 나름대로 활약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곳을 떠난 후에도 말썽을 일으킨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곳의 원훈 「하느님 안에서 정의와사랑」 실천의 결실이기도 하다.
5남매의 가장이기도한 윤 원장은 자녀교육을 고등학교 혹은 국민학교까지 밖에 못시켰다.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는 자녀들의 학비조달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자녀라고 특별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윤 원장은 모든 일에 있어서 자녀들과 원생들을 똑같이 취급했다. 『사회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얘기들이 간간이 들리기도 하지만 원생들 학용품사는 일에서부터 재정적인 문제를 보육교사5명과 총무와 항상 터놓고 얘기하는 윤 원장이고 보면 이런 얘기들이 도무지 걸맞지 않다.
77년 한독약품주식회사로부터 불우아동 결연후원금 지원이 중단된 충격으로 자살까지 기도했던 윤 원장은 그 후유증으로 신경성 불면증과 함께 말이 어둔해지는 등 조금은 성치 않은 몸이 됐다.
사회사업을 자식이 물려받으면 발전이 없다고 믿는 윤 원장은 내년에 이 보육원을 광주대교구에 넘겨줄 예정이다. 『자살미수사건 때 죽는줄로만 알았고 내가 죽으면 이 보육원 원장이 될려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사욕이 없는 신부ㆍ수녀들에게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
물욕도 명예욕도 없는 유 원장은 내년에 이 보육원을 교구에 넘기면 『집 한채도 없이 먹고살 일이 막막하게 될 판』이 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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